상처만 남긴 ‘윤석열표’ 의료개혁

2025-03-07 13:00:09 게재

내년 의대정원 기존 수준으로 되돌릴 듯

“1년간 고통 인내한 국민 기만하나” 비판

정부가 내년 의과대학 정원을 기존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달 내 의대 학생 복귀가 전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정부가 의료계에 ‘백기투항’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의 4대 개혁 중에서도 핵심 정책이었던 ‘2000명 증원’ 방침이 무산되면 ‘윤석열표’ 의료개혁도 실패 수순을 밟게 됐다.

7일 오후 교육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와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실시한다. 브리핑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40개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 총장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단, 학장 협의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종태 이사장이 참석한다.

정부와 대학은 브리핑에서 24·25학번 의대 교육과정 운영과 지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2026학년도 정원에 대한 입장도 밝힐 예정이다.

지난달 KAMC는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동결하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의총협도 지난 5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이 안에 대부분 합의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전날 교육부와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3058명 안 수용 입장을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존심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의대 정원 원점 회귀 검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되돌리는 데 대해 강력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교육부 손을 들어주면서 의대 정원 원점 복귀 방침은 그대로 강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의대 증원을 의료개혁 핵심으로 내세웠던 정부 방침이 1년 만에 180도 선회하자 환자단체들은 허탈한 반응을 내놨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공백 해소와 의사 부족 해소를 기대하며 1년간 고통받고 인내해 온 국민과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집단행동에 또다시 굴복한다면 국민중심 의료개혁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야당에서도 당장 비판이 나왔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년 동안 윤석열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으로 우리 의료체계는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성급하고 무리한 정책 추진에 퍼부은 국민 혈세는 누가 책임질 건가. 정부든 여당이든 누구라도 말을 해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의대 증원 규모 산정 과정은 물론 그로 인한 의료공백 등의 책임을 제대로 묻겠다는 방침이다. 조기 대선 국면이 도래할 경우 윤석열정부의 문제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이슈라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호재다.

의대 증원을 백지화시켜도 의대생이 복귀하거나 의정갈등이 종식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의료계 반응은 냉소적이고 반발도 여전하다”면서 “사직 전공의 의료현장 복귀나 의대생 교육현장 복귀 등 당사자들의 구체적 실행 의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도 “교육부가 의대 증원 백지화 방침을 밝힌다 해도 의대생들이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의사들은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은 데다 환자와 의사 간 갈등도 높아져서 어떤 해법도 효과가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형선·장세풍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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