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윤 대통령…여당 경선 ‘윤심’<윤석열 마음> 영향권에 들어가나

2025-03-10 13:00:01 게재

경선에서 ‘반탄파 대 찬탄파 주자’ 대립 구도 더 선명해질 듯

윤, 반탄파 지지 예상 … 찬탄파 “반탄파 후보 되면 본선 불리”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풀려나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도 ‘윤심’(윤석열 마음)의 영향권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조만간 이뤄질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불복하면서 공개 저항하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도 반탄파(탄핵 반대) 주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반탄파 주자가 본선에 오르면 “중도확장성이 없어 판세가 불리할 것”이란 찬탄파(탄핵 찬성)의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 도착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지난 8일 오후 석방된 윤 대통령은 구치소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주먹도 쥐어 보였다. 이날 구치소 앞에는 김기현 윤상현 이철규 유상범 강명구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이 마중을 나왔다. 윤 대통령은 관저에 복귀한 뒤에는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과 통화하면서 “고생 많았다”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9일에는 한남동 관저에서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를 30분 가량 면담했다.

윤 대통령이 구속 52일 만에 풀려나면서 여권의 구심점으로 빠르게 복귀하는 모습이다. 여당이 ‘윤심’ 영향권으로 돌아간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서 인용 결정이 내려질 경우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와 야권을 규탄하는 공개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윤 대통령이 탄핵에 불복하면서 저항에 나서면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기 어려울 뿐더러 대선 경선도 ‘윤심’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대선 경선은 반탄파 대 찬반파(탄핵 찬성)의 대립 구도가 더 선명해질 수 있다. 반탄파인 김문수 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심지어 ‘윤심’이 특정 반탄파 후보를 낙점한다면 당원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가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갤럽(4~6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찬성 10%, 반대 87%였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당원 50%+여론조사 50%(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윤심’이 낙점한 반탄파 후보가 유리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김 장관은 9일 SNS를 통해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환영하며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를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히기도했다. 홍 시장은 “기각되면 혼란, 인용 되면 전쟁, 난감한 대한민국이다. 그래도 전쟁보다 혼란이 더 낫지 않겠냐”며 탄핵 기각을 요구했다.

찬탄파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은 석방된 ‘윤심’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은 낮다. 오 서울시장은 SNS를 통해 “윤 대통령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 한 전 대표는 “법원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 취소는 당연하다”고 밝혔지만 ‘윤심’의 낙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반탄파 주자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다면 대선 본선에서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된다. 찬탄파 주자 측근은 9일 “‘윤심’은 당연히 반탄파 주자를 후보로 만들고 싶겠지만, 그렇게 해서 만약 반탄파 대선후보가 나온다면 탄핵 찬성 여론이 높은 여론에 비춰볼 때 본선 경쟁력은 약하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측근은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재집권을 바란다면 탄핵 심판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경선에 영향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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