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소음에 오폭까지…불안한 접경지 주민

2025-03-10 13:00:01 게재

포천 오폭사고 피해 민가 늘어

납북자가족 대북전단 살포 예고

강화선 “확성기 소음피해” 호소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에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확성기방송으로 대응하면서 오랜 기간 고통에 시달려온 것도 모자라 전투기 오폭 사고로 삶의 터전까지 잃게 됐다.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도 있다.

전투기 오폭사고 현장 복구 작업중인 장병들 9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군 장병들이 피해 마을 복구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포천 연합뉴스

10일 경기도와 포천시에 따르면 지난 6일 발생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 지난 8일 2차 조사가 진행되면서 피해 민가는 첫 조사 때 확인된 58가구에서 142가구(전파 1건, 반파 3건, 소파 138건)로, 민간인 부상자도 17명에서 19명(2명 중상, 17명 경상)으로 각각 늘었다.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포천시는 9일부터 3차 피해조사와 전기·가스시설·건물구조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일 포천시 이동면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해당지역은 구호 및 복구비용을 지원받는다. 경기도와 포천시도 선제적인 피해복구에 나섰다.

피해현장 점검하는 김동연 경기지사 지난 7일 오후 김동연 경기지사가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낭유대교 인근의 폭탄 오발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지사는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피해주민들의 조속한 일상회복이 이뤄지도록 모든 조치를 빠르게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사고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고지점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살던 주민 A(78)씨는 “집에 균열이 가고 유리창이 깨져 포천시에서 마련해준 콘도로 몸만 피했지만 불안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경기도가 트라우마센터 버스 1대를 투입해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일상생활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파주 민통선 주민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한 납북자가족모임이 파주 임진각에서 이달 중 대북전단 살포를 재시도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해 10월 31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으나 민통선 주민과 경기도, 파주시,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파주경찰서에 3월 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상태다. 민통선 주민들은 이번에도 집회가 열리면 트랙터 20여대를 몰고 현장에 나가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일촌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가 빌미가 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과 대남 확성기 방송이 이뤄지고 있다”며 “생존권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고 밝혔다.

인천 강화군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남방송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 7개월째 이어지는 소음피해에 외부인의 발길이 완전히 끊어졌고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강화군이 공을 들여 추진하던 귀농·귀촌 사업도 사실상 중단됐다. 집을 짓기 위해 기초공사를 해놓고 건축취소를 한 곳이 50여가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가축들이 폐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주민들은 애초 원인을 제공한 대북방송부터 중단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강화군 송해면 이장단과 주민들로 구성된 강화군 대남·대북방송 대책위는 지난 4일 유정복 인천시장을 면담하고 정부의 대북방송 중단을 요청했다. 앞서 2월에는 박용철 강화군수에게 대북방송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태중(62) 송해면 주민자치위원장은 “대남방송 이후 심리적 불안감과 주민 갈등까지 발생하면서 평화롭던 농촌마을이 피폐해졌다”며 “이를 부추긴 대북방송을 비롯해 주민 불안을 고조시키는 남과 북의 극한 대립을 당장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곽태영·김신일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