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5천억대 상환전환우선주 원금 손실 우려
홈플러스, 부채 아닌 자본으로 법원 보고
법조계 “국민연금, 손실 가능성 매우 높아”
국민연금공단이 5000억원대의 투자손실을 눈앞에 뒀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국민연금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4884억원 등 5179억원에 대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서류를 꾸며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줬기 때문이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 차두호·박소영 부장판사)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제출서류에 국민연금의 RCPS를 부채가 아닌 자본(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이라는 내용을 담아 제출했다.
법원은 회생신청 당일, 회생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개시결정 및 포괄허가결정을 했다.
RCPS는 일정 기간 후 채권처럼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특정 조건에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있는 주식이다. 이처럼 RCPS는 채권(부채)과 주식(자본)의 중간 성격을 갖지만, 국제회계기준(IFRS)은 부채로 분류한다. 그런데, RCPS가 법원의 관리로 넘어가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주식으로 봐 자본으로 분류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4일 홈플러스가 회생신청할 때를 기준으로 RCPS 4484억원과 보통주 295억원 등 총 5179억원을 투자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2015년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RCPS 5826억원과 보통주 295억원 등 총 6121억원을 투자했는데, RCPS 투자원금 중 942억원을 회수하고, 나머지는 재투자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투자원금 기준 5179억원의 회수가 쉽지 않아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배당이자율까지 더하면 국민연금 손실액은 8000억원 가까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논란이 일자 국민연금은 지난 7일 “RCPS 발행조건 변경에 합의한 적이 없다”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 조건은 투자 당시와 비교해 변경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성과는 회생절차에서 인가될 회생계획에서 ‘채권자-주주’ 권리 변경에 따라 결정된다”며 “투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홈플러스는 9일 입장문을 내고 “보통주 투자금 중 MBK파트너스3호의 투자금은 약 5000억원이고, 나머지는 공동투자자들의 투자금”이라며 “국민연금 등 우선주 투자자는 우선주에 대해 누적 잔액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의 이같은 입장은 국민연금의 RCPS가 부채 아닌 자본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국민연금이 홈플러스에 대해 채권자의 지위가 바뀌지 않았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실제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신청서류에 국민연금의 RCPS에 대해 자본(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이라는 내용을 담아 제출했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는 “RCPS는 회생절차에서 상환권 행사가 없었던 이상 자본(주식)으로 분류한다”며 “회생에서 주식은 채권에 후순위여서 국민연금 손실이 채무조정되는 채권자들에 비해 더 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