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기침체 가능성 배제 안해

2025-03-10 13:00:04 게재

관세 충격 따른 경제혼란 인정 “과도기” … 상호관세는 “시간 지나 더 오를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무역 상대국에 대한 공격적인 관세 등 자신의 경제 정책이 올해 경기침체를 부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나”라고 묻자 “나는 그런 예측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매우 큰 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부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환기가 필요하다. 변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결국 우리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책이 성과를 내는데 시간이 걸리고 미국 국민들이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를 “관세 정책과 미국 제조업 재건 노력으로 인해 경제가 흔들리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의 경제 정책이 유권자와 기업들에게 빠른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던 입장과는 대조적인 태도”이며 “같은 날 자신의 경제 보좌진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부인한 것과도 상반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하워트 루트닉 상무장관은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묻는 말에 “미국 경제는 2020년 팬데믹 이후 경기침체를 겪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면서 “절대 경기침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주 동안 전세계 여러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화하면서 증시가 급락했음에도, 경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주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전면적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주식시장은 요동쳤다.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시행하려다 미국 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포함한 여러 산업이 강하게 반발하자 일시 중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까지 미국 경제는 강한 성장과 낮은 실업률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에는 소비감소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경제적 부담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라면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 500, 나스닥 종합지수가 지난 1월 20일 취임 때보다 모두 하락한 상태라고 짚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점도 시장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시행한 뒤 자동차 업체에 한 달간 면제를 적용한 것과 관련, “나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을 4월 2일까지 돕고 싶었다”라면서 “4월 2일부터 모든 것은 상호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상 제품·서비스에 대해서는 한 달간 관세를 유예키로 한 이유를 묻는 말에는 “어느 정도는 멕시코와 캐나다를 돕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매우 큰 나라이며 그들은 우리와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캐나다와 멕시코는) 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조치가 수시로 바뀌는 것과 관련해서 기업들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원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글쎄, 그렇게 볼 수도 있다”라면서 “관세는 시간이 지나면 올라갈 수 있으며 그것은 아마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오랜 기간 다른 국가들에게 착취당해 왔으며, 더 이상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 조치와 맞물려 주식 시장이 하락했다는 진행자의 말에는 “공정하게 말하면 많이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관세로 인해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주식시장의 하락을 의미한 것이냐는 후속 질문에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강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하며 그것은 미래를 위한 엄청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시장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 중국을 보라. 그들은 100년을 내다보지만, 우리는 분기별로 경제를 평가한다”면서 “그런 식으론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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