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와 종전 및 광물 협정 논의
러, 쿠르스크 공세 강화
휴전협상 앞두고 선점 전략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동북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대규모 공세를 펼치며 우크라 군을 포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으로 인한 우크라의 전력 공백을 틈타 러시아가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해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와 동시에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오는 1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종전 협상과 광물 협정을 논의할 예정으로, 전쟁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쿠르스크 지역의 말라야 로크냐, 루스코예 포레치노예, 코시차 등 3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또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의 노벤케 마을 점령을 추가로 공개하며 “우크라이나군을 궤멸 중”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연기 나는 솥의 뚜껑이 닫혔다”며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최근 일주일 사이 우크라이나가 점유 중이던 쿠르스크 지역의 3분의 2를 수복했으며, 우크라이나군 보급로인 수자 인근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친러 블로거들은 러시아 특수부대가 가스관 내부를 수 킬로미터 이동해 기습 작전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수자는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가스 수송관이 지나는 요충지로 우크라이나는 올해부터 이 경로의 가스 수송을 차단한 상태다.
러시아의 공세 강화 배경에는 미국의 지원 중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부 지원을 전면 중단했고, 정보 공유 및 위성 데이터 접근도 차단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119대를 포함한 러시아의 집중 공격에 제대로 된 방어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8~9일간의 공격으로 최소 2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도네츠크 주민 11명이 탄도미사일 피격으로 숨지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러시아가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1200발의 유도폭탄과 870대의 드론을 투입했다”며 국제사회에 방공 지원을 호소했다. 특히 “러시아 무기 8만2000개에 외국산 부품이 사용됐다”고 지적하며 제재 강화를 요청했다.
양측의 공방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오는 10~1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끄는 협상단이 만난다. 핵심 의제는 종전 협상과 미국이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 협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별도 회담을 진행한 후 협상에 합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 지원 없이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압박을 강화했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 양보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은밀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는 이에 대해 “강력한 전선이 있어야 외교가 가능하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편 유럽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 프랑스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 수익으로 1억9500만유로 규모의 포탄 및 전투기 폭탄을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폴란드는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협박에 대비해 대체 위성망을 모색 중이다. 머스크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스타링크에 의존하면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 경고했으나, 이후 입장을 번복해 “절대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는 협상 직전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지원 중단이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실책으로 이어질 경우 전쟁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