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월 소비자물가 0.7% 마이너스 전환
생산자물가도 2.2% 하락
"물가하락세 지속할 듯"
중국 당국의 잇따른 내수 진작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2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되레 하락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 CPI 상승률은 지난해 2월 대비 0.7%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1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물가 하락 폭도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0.5%를 넘어선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평소보다 이른 음력 설 연휴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최근 가장 약한 수준이고, 서비스 가격 하락과 근원 인플레이션에 맞물려 CPI의 부정적인 수치가 발표된 것은 소비 부진의 증상이 나타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식품·에너지 같은 변동성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는 2021년 이후 처음 0.1% 하락했다. 최근 15년 관측 사상으로는 두 번째다.
중국의 전년대비 CPI 상승률은 작년 8월 0.6%를 기록한 뒤 9월(0.4%), 10월(0.3%), 11월 (0.2%), 12월(0.1%) 연속 4개월 상승폭이 둔화했다. 하지만 당국의 내수 부양 정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춘제(설날)가 겹친 올해 1월 0.5%로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동기대비 2.2% 떨어지며(전월 대비 0.1% 하락) 2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PPI는 작년 6~7월 -0.8%로 다소 호전됐다가 8월 -1.8%에 이어 올해 1월 -2.3% 등 둔화 추이를 보이는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물가하락 행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가통계국은 이날 성명에서 CPI·PPI 동반 하락에 대해 “주로 (소비가 많은) 춘제 다음 달이라는 점과 휴가, 일부 국제 벌크상품 가격 파동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구조적으로는 일부 영역 물가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고, 생산자물가 하락폭이 좁혀져 현재 물가 안정·회복세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왕원타오 상무부장 역시 지난 6일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를 계기로 열린 경제장관 합동 기자회견에서 “주요 문제는 소비 능력과 소비 의지의 약세”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목표를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설정했으며, 2025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이전 목표치인 3%에서 약 2%로 낮췄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짓누르고 있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최고 지도자들이 마침내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지난 2년간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0.2%에 그쳐, 중국 정부가 내수경제를 되살려야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지난 1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미국과의 무역 전쟁 격화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올해 5% 경제성장 목표를 발표했다. 아울러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국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관세 위협과 (중국) 국내 과잉생산으로 중국 수출업자들을 가격 전쟁으로 내몰리고, 다수 기업들은 제품원가와 임금을 깎도록 강제하고 있다”면서 “세계 2대 경제대국에 디플레 압박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