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코앞 윤 석방 ‘폭력참사’ 우려 고조

2025-03-10 13:00:02 게재

“즉각파면 촉구” “헌재 딴 짓하면 한 칼에”

경찰, 탄핵심판 선고 헌재 인근주유소 폐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종반에 석방되면서 심판 결과에 불복하는 이들의 폭력행위로 인한 사고 우려가 커졌다.

윤 대통령 구속취소를 명분삼아 헌재의 ‘12.3 비상계엄’ 위헌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경찰도 체포할 수 있다는 ‘반탄’세력 = 윤 대통령 석방 이튿날인 9일 서울 각지에서 탄핵심판을 둘러싼 찬반집회가 열렸다.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오후 7시쯤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회’를 열었다.

사직로 독립문역 방면 4개 차로를 차지한 참가자들은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데 불복해 즉시항고하지 않고 석방한 검찰을 비판했다.

앞서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회견을 열고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재명 대표 등 탄핵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참석, 참가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6000명이 참가했고, 집회 뒤 헌법재판소 앞까지 행진했다.

비상행동은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심판 선고일까지 매일 오후 7시 경복궁역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낮 윤 대통령이 귀가한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의기양양하게 도보로 구치소를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에 격앙된 기류가 역력하다.

6개 차선 중 5개를 차지한 참석자들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모자와 배지 등을 착용하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한때 경찰 비공식 추산 4500명이 모였다.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탄핵 재판을 하나 마나가 됐다.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헌법재판소가 딴짓을 했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한 칼에 날려버리겠다”며 헌재 위협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는 탄핵 기각을 촉구하기 위해 10일부터 매일 헌재 앞에서 철야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탄핵 인용에 대비해 ‘좌익 빨갱이 언론을 조져야 한다’ ‘헬멧, 빠따, 벽돌이 필요하다’ ‘경찰이 공안짭새 현행범일 경우 국민이 체포할 수 있다’는 따위의 폭력 선동글들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폭발물 탐지 방침 = 폭력사태 우려가 높아지면서 경찰은 탄핵심판 선고 당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헌법재판소 인근 주유소 등의 폐쇄를 추진하기로 했다.

선고 결과가 어느 쪽이든 흥분한 시민들이 주유소에 저장된 휘발유와 경유를 탈취하거나 불을 지르는 등 큰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주유소·공사장 등에 시위대의 접근을 막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유소나 공사장에 있는 위험 물품이 시위대의 손에 넘어가거나, 인파가 몰리며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헌재 인근 아파트 공사장에는 선고일 전후 발파 작업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헌재, 대통령경호처와 협의를 거쳐 선고일 전 헌재 내 폭발물 탐지 검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과 경찰견 등이 동원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교적 큰 저항없이 진행된 2017년 탄핵선고 때도 일부 시위 인원들의 돌발행동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이번에는 보다 심각한 행태들이 빈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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