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봐주기’ 비판 자초한 검찰

2025-03-10 13:00:03 게재

수사팀 반발에도 즉시항고 포기 심우정 책임론

심 “여러 의견 종합, 적법절차 원칙따라 결정”

검찰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없이 윤석열 대통령을 풀어주면서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적법절차 원칙에 따랐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이 상급심에서 구속의 적법성을 다퉈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면서까지 윤 대통령을 봐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심 총장은 10일 윤 대통령 석방지휘와 관련해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심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사팀과 대검부장회의 등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소신껏 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제기되는 자신에 대한 사퇴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그는 “사퇴 또는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탄핵은 국회의 권한인 만큼 앞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심 총장과 검찰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더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은 이날 오전 대검을 방문해 윤 대통령을 석방한 검찰에 항의했다. 이들은 특히 검찰이 즉시항고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5당은 전날 비상시국공동대응을 위한 원탁회의를 열고 심 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심 총장은 지난 7일 법원에서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됐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를 결정하자 27시간여 장고 끝에 8일 석방지휘를 지시했다. 법원이 그동안 ‘날’을 기준으로 산정했던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을 ‘시간’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례적인 판단을 내렸고, 검찰 수사팀이 이같은 법원의 결정을 수긍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심 총장은 즉시항고조차 없이 법원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즉시항고는 법원의 판결이 아닌 결정이나 명령에 불복하는 절차다. 그동안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을 기준으로 산정해왔다는 점에서 법원의 갑작스런 기준 변경에 대해 상급심에서 다시 다퉈 볼만 했지만 심 총장은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 총장 책임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구속기간조차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셈이 되는 만큼 검찰총장의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심 총장은 검찰의 늑장기소의 원인제공자로도 꼽힌다. 심 총장은 검찰이 공수처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신청한 구속기간 연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곧장 기소하지 않고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검찰은 1월 26일 오후 6시52분에 윤 대통령을 기소했는데 검사장 회의가 없었다면 법원이 산정한 구속기간 만료 시점인 1월 26일 오전 9시 7분 이전 기소가 가능했으리란 관측이 나온다.

대검은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내세웠다.

대검은 “법원의 보석결정이나 구속집행정지결정 등 인식구속과 관련한 즉시항고 재판 확정시까지 집행을 정지하도록 한 종래 형사소송법 규정은 위헌무효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검이 언급한 헌재 결정은 구속취소가 아니라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권을 위헌으로 판결한 사건이다. 구속집행정지는 부모 장례식 등 특정 때를 놓치면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에 적용되는 일시적인 조치인 반면 구속취소는 아예 석방하는 조치로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 국회가 구속취소시 즉시항고권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자 법무부는 반대의견을 냈었다.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구속 집행정지 결정과 달리 사유가 한시적인 것이 아니고 피고인의 출석을 보장할만한 조건을 부과할 수도 없기 때문에 헌재 결정이 구속취소에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대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구속취소를 앞두고 검찰이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 설명대로 위헌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검찰이 관행으로 지켜온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인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다른 사건에서 판사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검찰 전체가 난리를 쳤을 것”이라며 “총력을 다해 항고-재항고로 버텼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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