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금융채권 채무불이행 잇따라

2025-03-10 13:00:01 게재

10일 만기 280억원 규모 디폴트 예상

신영증권 ABSTB 투자자 손실 불가피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금융채권 채무불이행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 부채와 리스 부채 등을 제외한 홈플러스의 금융채권은 카드 대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과 기업어음(CP), 전단채 등으로 모두 약 6000억원 규모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물품대금, 외상담보채권 등 상거래채권 등은 변제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채권의 경우 채무불이행이 이미 시작됐다.

당장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 발행 제22-1회 ABSTB의 채무불이행이 확인되면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가 발행한 280억2000만원 모두 부도 처리(신용등급을 D로 하향 조정)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일 만기가 돌아온 제76-1회 ABSTB의 만기 미상환을 이유로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발행한 3739억원 전량을 부도 처리했다.

문제는 이중 약 3000억원의 물량이 소매 판매됐다는 점이다.

이 ABSTB는 홈플러스가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카드대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것으로, 카드사들은 자산 유동화를 통해 이미 대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신영증권을 통해 ABSTB를 산 투자자들은 사실상 손실을 눈앞에 두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도 처리한 4000억원 규모 중 소매 판매된 것이 3000억원가량으로 파악된다”며 “순수 개인에게 간 물량 규모는 모르겠지만, 소매 판매량이 꽤 많아서 개인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나증권 리테일 창구에서만 홈플러스 관련 단기물상품이 2000억원 넘게 팔렸다. 이 중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 규모는 1000억원이 웃도는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전단채 잔액(지난 4일 기준 1880억원) 중에서도 상당량이 개인과 법인 등 소매판매 투자자에게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일부는 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판매돼 사기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MBK가 신용등급 강등 직전인 지난달 25일에도 운영자금 등을 조달하고자 증권사를 통해 CP와 전단채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했다며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만약 MBK가 신용등급 하락을 예견했음에도 CP·전단채 발행을 강행했다면 도덕적 해이뿐만 아니라 LIG건설과 동양증권 CP 사태 사례와 같이 형사 처벌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금융채권의 투자 손실이 확정되면 시장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라면 담당자가 문책받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개인투자자는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홈플러스나 MBK파트너스 측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판매 증권사도 홈플러스의 신용평가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불완전판매 이슈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홈플러스 측은 “2024년도 실적 개선이 이뤄졌고, 부채비율이 1500% 감소하는 등 주요 재무지표가 크게 개선되어 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CP와 전단채,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 증권 발행 등은 매월 정해진 날짜들에 주기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이를 갑자기 기획해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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