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구속취소, 법원 내부서도 비판
김도균 부장판사, 비상계엄 때도 대법원 비판
“구속기간 무력화 … 전국재판부 큰 혼란 예상”
‘12.3 내란’ 사태 후 대법원의 대응을 비판했던 현직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서도 “법리적·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결정”이라고 짚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도균(사법연수원 33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구속 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종래의 선례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과 검찰은 수사 기록이 법원에 접수된 날로부터 반환된 날까지의 일수를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는 실무를 유지해 왔다”며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 즉 날수로 정해져 있을 뿐이지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수를 계산할 때 그 시점이 00:50이건 23:50이건 따지지 않고 하루로 계산될 뿐”이라며 “체포구속일수를 계산함에 있어서도 00:01에 체포된 피의자나 23:59에 체포된 피의자나 모두 1일의 구금일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부심으로 인해 수사 기록이 접수됐다가 반환된 날까지의 날수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는 것이 기간계산에 관한 원칙에 부합한다”며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결정은 종래의 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또 구속기간을 시간단위로 계산할 경우 구속적부심제도의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 결정대로 수사 기록 접수 후 반환까지의 시간만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한다면 피의자측에서 구속적부심을 반복함으로써 구속기간의 상당 부분을 무력화시키는 경우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전국의 모든 형사재판부는 적부심이 청구된 모든 사건에 관해 구속 일수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 지에 관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 본인조차도 수십 년간 검사로서 위와 같은 업무관행을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충실히 따라왔을 것인데 이제 와서 본인 사건에 관해서는 다른 기준을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법원이 그동안 구속기간과 관련해 항소심 판결을 파기한 사례가 없는 것을 고려하면 수사 기록이 접수된 날부터 반환된 날까지를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과 다름없다고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체포적부심사와 구속적부심사,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윤 대통령의 구속기소가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구속 기간 내에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를 했다 하더라도, 절차의 명확성과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해 구속 취소 사유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후 검찰이 지난 8일 즉시 항고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석방됐다.
앞서 김 부장판사는 ‘12.3 내란’ 사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코트넷에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대법원 대응에 대한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 시국이 걱정스러웠고 대법원의 대응이 참으로 실망스러웠다”며 “비상계엄으로 사법부 재판권의 상당 부분이 침해(형식상 계엄법에 따른 관할권 이양)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이어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와 4일 새벽 대법원장 주재 회의에서 대법원은 대외적으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비상계엄 해제 발표 후에서야 ‘계엄이 해제돼 안도한다. 사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법원은 정권과 권력자의 의중을 살피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이나 헌법 질서를 지키는 노력을 등한시하는 실수를 반복한 뼈아픈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 다시 소극적으로 대응해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우를 범했다”면서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원의 미숙하고 잘못된 대응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관련자 책임 추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