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새 거래소 살리려면 증권시장 정화부터
대체 주식거래소 넥스트트레이드(NXT)가 지난 4일 공식 출범했다. 첫날 거래금액이 200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메인마켓(오전 10시~오후 3시 20분) 거래대금보다 애프터마켓(오후 3시 40분~오후 8시)의 거래금액이 더 컸다. 이로써 기존의 한국거래소(KRX)와 함께 복수의 주식시장이 경쟁을 하게 됐다. 게다가 오전 8시부터 8시50분까지 프리마켓도 열린다. 따라서 거래시간이 모두 12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투자자 선택의 폭이 현재보다 크게 넓어진 셈이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도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됐다.
넥스트레이드 참가 증권사는 투자자 주문을 가장 유리하게 체결해야 하는 ‘최선집행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기존 거래소와 새 거래소에 걸쳐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맺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증권사들은 주문배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15개 증권사가 전면 참여한다. 13개 증권사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만 참가한다. 이들도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전면참여할 예정이다. 거래종목도 당장은 10개 종목에 불과하지만, 이달말에는 800개로 늘어난다.
대체 주식거래소 공식 출범으로 복수의 주식시장 경쟁 시대 열려
점유율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약점이다. 6개월 평균 거래량이 KRX 시장의 15%를 초과하거나 개별종목 거래량이 한국거래소의 30%를 초과할 경우 거래가 제한될 수도 있다. 그 이유와 의의를 알기 어려운 규제라고 여겨진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도 KRX의 독과점이 아닌지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분명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는 한, 이러한 규제는 없애는 것이 옳아 보인다. 나아가서 불공정거래가 더욱 창궐할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같은 종목이라도 두 거래소 사이의 호가차이를 이용해 시세를 조종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특히 거래시간대가 다르다는 것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기도 훨씬 용이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때문에 감독당국이 더욱 철저하게 시장을 관리하고 감시감독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거래소에 참여한 증권사들도 보다 신실하고 정직한 자세로 영업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의 증권사들이 그간 보여준 행태를 돌아볼 때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각종 불공정거래에서 숙주 노릇을 한 사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 스스로 투자자 신뢰를 배반하는 불상사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일부 증권사 임원들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폭락 종목을 사전에 팔아치우는 도덕적해이를 저질렀다. 새내기 상장주가 과대평가되어 투자자의 호주머니를 가로채는가 하면, 주가가 폭락하자 상장주관사가 당일 팔아치운 일도 벌어졌다. 또 8개 증권사는 ‘채권 돌려막기’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정말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수법의 불공정 변칙거래가 드러났다. 그 유형과 수법을 일일이 다 열거하려면 1000개의 펜이 있어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 주식시장의 상처는 깊어졌다.
경제여건이 어렵고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한 터에 갖가지 불공정 거래까지 횡행하면서 주식시장 불신을 가중시켰다. 그런 탓에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버리고 미국 등 해외시장으로 탈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러한 불공정거래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거래소의 앞날도 결코 밝다고 장담할 수 없다. 주가조작 세력을 위해 멍석만 하나 더 깔아준 꼴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주식시장과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국내외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이다. 고질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 치유도 더 멀어진다.따라서 새로운 거래소의 출범에 발맞춰 시장이 쇄신되지 않으면 안된다. 때마침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가 대형 금융사고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모범규준’을 고치겠다고 한다.
금융당국과 증권사들 위기의식 갖고 시장풍토 정화에 사활 걸어야
지난달 27일 금융당국과 협회는 공동워크숍을 열고 불건전 영업행위 근절을 위해 금융범죄 고발기준 등을 강화하는 등의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아울러 금투협은 배임이나 횡령 사기 등 중대 금융범죄는 반드시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불공정영업과 증권범죄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뚜렷하게 드러났던 ‘국장탈출’ 움직임은 그런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시장풍토 정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