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기업회생 후폭풍에 금융권도 흔들

2025-03-11 13:00:02 게재

신한·제일은행, 어음 부도 처리…당좌거래 전면 중단

증권·운용사, 홈플 채권 편입 펀드 판매 중단 잇따라

신영증권 “MBK 고발 검토” … 전단채 피해자 집회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 후폭풍이 거세지며 금융권의 피해도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홈플러스 어음을 부도 처리하며 당좌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는 홈플러스 채권 편입 펀드 판매 중단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유동화증권 발행을 주관한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 피해자들은 집회 및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할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판매중단 펀드 설정액 751억원 규모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어음이 전일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부도 처리되면서 당좌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금융결제원은 이날 홈플러스의 주거래 은행인 SC제일은행이 홈플러스 어음을 최종 부도 처리했다고 알려옴에 따라 홈플러스를 당좌거래정지자로 공지했다. 주요 시중은행 중 현재 신한·SC제일은행 정도만 홈플러스와 당좌거래 실적이 있고, 이외 다른 은행들의 경우 홈플러스와 당좌거래 자체가 없다. 신한은행도 곧 홈플러스의 당좌예금 계좌를 막을 계획이다.

홈플러스가 편입된 펀드의 판매 중단도 잇따랐다.

NH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10일 ‘미래에셋IPO공모주셀렉션혼합자산투자신탁’의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펀드 운용을 담당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당 펀드 내 홈플러스 자산 편입 사실을 알려오자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지난 7일에는 KB증권과 키움증권 역시 해당 펀드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두 증권사는 홈페이지 공시를 통해 판매 중단 이유로 ‘홈플러스 종목 편입에 따른 투자자 보호’를 들었다. 유안타증권 역시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일 기준 해당 펀드의 설정액은 751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 단기채를 편입한 공모펀드가 상각 처리되는 사례도 나왔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 5일 홈플러스 전단채를 편입한 ‘KCGI공모주하이일드증권(채권혼합)’과 ‘KCGI공모주하이일드만기형증권2호(채권혼합)’에서 해당 채권을 각각 80% 상각 처리한다고 밝혔다. 해당 2개 펀드가 투자한 홈플러스 단기채는 총 10억원 규모다.

◆단기사채 판매 증권사 공동 대책회의 = 신영증권 등 홈플러스 단기채권과 관련한 증권사·자산운용사 20여곳은 10일 첫 공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홈플러스 채권은 카드 대금채권을 토대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등으로 모두 6000억원 규모다.

이들은 카드 대금 유동화채권(ABSTB)의 채무 성격이 홈플러스의 물품 구입대금을 위해 현대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를 통해 발행한 3개월 만기의 단기채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상거래 채권과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상품의 판매 후 상거래 발생 후 최종 물품판매 대금을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사에 지불하면 카드사를 통해 최종 반환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고 홈플러스에 빌려준 것과 같다는 내용이다.

홈플러스 ABSTB 투자자들은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12일 오전 11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홈플러스 ABSTB 발행 주관사 중 하나인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해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결정의 계기가 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알면서도 강등 직전까지 ABSTB 발행을 강행해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긴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영증권 측은 일단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신영증권 관계자는 “많은 시장 참가자가 의구심을 갖고 있고 형사 고발을 비롯한 강경 대응을 요청하는 기관도 있다”며 “다른 증권사들과 공동 대응하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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