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임박…오세훈 ‘미묘한 행보’

2025-03-11 13:00:02 게재

찬탄파 오 시장 “헌재 변론 재개해야”

경선 앞두고 강성보수 표심 의식한 듯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초 대표적인 찬탄파(탄핵 찬성)로 꼽혔다. 국회 탄핵 표결 직전인 지난해 12월 12일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12일에도 ‘여전히 탄핵 찬성 입장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을 일찌감치 낸 바 있고, 그 입장은 전혀 변화 없다”고 답했다.

입주 아파트 둘러보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 유원하나아파트를 찾아 내외부 개선 공사를 마치고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를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오 시장은 최근 찬탄파를 고수하면서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오 시장은 10일 SNS에서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하여 실체적·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이번 심판에서는 잘못된 구속으로 인해 방어권이 현저히 제한된 상태에서 변론이 진행되었으며, 이는 두고두고 심각한 문제점으로 헌정사에 남을 것”이라며 “더욱이 헌재의 심판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수차례 반복되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헌재를 강하게 몰아세운 것이다.

여권에서는 오 시장의 ‘미묘한 행보’가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원과 강성보수층 표심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한다. 탄핵 반대 기류가 강한 당원과 강성보수층 일각에서는 오 시장을 겨냥해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선 경선은 당원 50%+여론조사 50%(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대상)로 치러진다. 당원과 강성보수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1위를 차지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반탄파(탄핵 반대)의 심기를 의식한 전향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당원과 강성보수층도 오 시장이 찬탄파에 속한다는 사실에는 불만이 크지만, 대선 본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꺾을 경쟁력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오 시장의 전향적 메시지를 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여권 일각에선 “늦었다”는 지적도 들린다. 뒤늦게 헌재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놓는 건 ‘오락가락 행보’로 비칠 뿐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 SNS에는 “대통령 나오시니 태세전환인가” “탄핵이 정당한가. 대답 좀 해봐라” 등 부정적 댓글이 눈에 띄었다.

한편 오 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박찬구 정무특보는 10일 명태균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과 관련해 13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했고,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가 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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