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임박…오세훈 ‘미묘한 행보’
찬탄파 오 시장 “헌재 변론 재개해야”
경선 앞두고 강성보수 표심 의식한 듯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초 대표적인 찬탄파(탄핵 찬성)로 꼽혔다. 국회 탄핵 표결 직전인 지난해 12월 12일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12일에도 ‘여전히 탄핵 찬성 입장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을 일찌감치 낸 바 있고, 그 입장은 전혀 변화 없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최근 찬탄파를 고수하면서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오 시장은 10일 SNS에서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하여 실체적·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이번 심판에서는 잘못된 구속으로 인해 방어권이 현저히 제한된 상태에서 변론이 진행되었으며, 이는 두고두고 심각한 문제점으로 헌정사에 남을 것”이라며 “더욱이 헌재의 심판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수차례 반복되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헌재를 강하게 몰아세운 것이다.
여권에서는 오 시장의 ‘미묘한 행보’가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원과 강성보수층 표심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한다. 탄핵 반대 기류가 강한 당원과 강성보수층 일각에서는 오 시장을 겨냥해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선 경선은 당원 50%+여론조사 50%(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대상)로 치러진다. 당원과 강성보수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1위를 차지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반탄파(탄핵 반대)의 심기를 의식한 전향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당원과 강성보수층도 오 시장이 찬탄파에 속한다는 사실에는 불만이 크지만, 대선 본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꺾을 경쟁력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오 시장의 전향적 메시지를 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여권 일각에선 “늦었다”는 지적도 들린다. 뒤늦게 헌재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놓는 건 ‘오락가락 행보’로 비칠 뿐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 SNS에는 “대통령 나오시니 태세전환인가” “탄핵이 정당한가. 대답 좀 해봐라” 등 부정적 댓글이 눈에 띄었다.
한편 오 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박찬구 정무특보는 10일 명태균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과 관련해 13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했고,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가 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