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석방 후폭풍 확산
‘구속취소’ 법원·검찰 내부에서도 논란
“즉시항고 포기 이해가지 않아” 비판도
여당은 공수처장, 야당은 검찰총장 고발
내란우두머리 혐의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윤 대통령 구속·석방 과정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수장이 고발된 가운데 법원과 검찰 내부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도균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망에 ‘구속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서울중앙지법이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것을 비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법리적 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결정”이라며 “종래의 선례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 산정 기준을 기존의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기소가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튿날 수사팀 반발에도 즉시항고 없이 석방지휘를 지시해 윤 대통령은 체포 52일 만에 풀려났다.
김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 즉 날수로 정해져 있을 뿐이지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적부심으로 인해 수사기록이 접수됐다가 반환된 날까지의 날수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는 것이 기간 계산에 관한 원칙에 부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번 결정대로 수사기록 접수 후 반환까지의 시간만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한다면 피의자측에서 구속적부심을 반복함으로써 사실상 구속기간의 상당 부분을 무력화시키는 경우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이번 결정은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취소돼야 하고 이를 통해 절차적 혼선이 정리됐어야 할 것인데 검찰은 무슨 연고인지 즉시항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 내에서도 심 총장이 즉시항고 없이 석방을 지휘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항고는 법원의 판결이 아닌 결정이나 명령에 불복하는 절차로 법원 결정을 정지하는 효력이 있는 즉시항고와 집행정지 효력이 없는 보통항고로 나뉜다. 심 총장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다. 또 즉시항고 제기 사안에 보통항고를 제기하는 것은 형소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구속취소 사유 등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검의 이같은 판단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그는 “법원이 배포한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설명자료 뿐 아니라 결정 이유 전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즉시항고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이유와 근거, 대검찰청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도록 지휘한 이유와 근거를 가지신 분은 동료들과 공유해달라”며 “희망하는 최선의 방안은 대검에서 취합해 공식적으로 게시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종 사안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고 당장 이번 사건과 결정을 계기로 많은 구속 피고인과 피의자들이 동종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명확한 입장과 논리를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김종호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 부장검사는 댓글을 통해 “구속기간 산입 등 법해석 논란이 이해되지 않지만 향후 일선의 업무 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반‘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항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승민 목포지청 검사는 “형사소송법 관련 조문을 아무리 뜯어봐도 법원의 결정이 이해가지 않고,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심 총장은 야당으로부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은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손쉽게 투항해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내란 공범임을 자백했다”며 심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심 총장이 윤 대통령 기소 당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여는 등 시간을 지체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의 원인을 제공했고, 수사팀의 즉시항고 요구를 묵살한 채 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불법체포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오동운 공수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 처장을 고발하면서 “사법부가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음을 명확히 지적했다. 경찰 수천명을 동원해 대한민국의 국격과 신인도까지 떨어뜨려 가며 대통령을 구금한 것이 결국 불법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구본홍·서원호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