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수빈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2025-03-12 09:26:37 게재

마음 울리는 시에 음악 입히는 작사가가 꿈이에요

수빈씨는 틈날 때마다 시를 쓴다. 여행지에서, 전시회를 다녀와서, 하늘을 보다 문득…. 충분히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국어국문학과를 택했다. 시는 눈으로 읽을 때보다 소리 내어 읽고 음악을 입힐 때 완성된다고 믿는 수빈씨. 그의 꿈은 다양한 예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김수빈 |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서울 휘경여고)

김수빈 |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서울 휘경여고)

사진 이의종

운율의 묘미에 빠져 국어국문학과 진학 결정

수빈씨는 어릴 적부터 영화와 소설을 좋아했다. 한 번 빠진 작품은 열 번 이상 봤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해리 포터> 시리즈였다.

“허구를 다루는데 놀랍도록 체계적이었어요. 구성은 물론 지팡이 종류와 주문, 흔드는 방법, 마법의 허용 범위 등 작가가 창조한 세계관이 놀라웠죠.”

J.K. 롤링처럼 창작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일을 동경해왔다. 고등학교 진학 무렵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직업보다 자유롭게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결심이 섰다.

고1 때 성실함과 집념으로 최상의 내신 성적을 유지했지만 희망 진로는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았고 매 수업에 충실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2학년 <중국어Ⅰ> 시간에 언어유희를 공부한 후 감상한 영화의 대사에서 발음과 리듬의 매력을 발견했다.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언어유희와 비유 표현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자막이나 번역기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었죠. 그때부터 언어의 운율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공부할 때는 방해될까 봐 가사를 알아듣기 어려운 팝송을 즐겨 들었다는 수빈씨. 한데 오히려 발음과 리듬이 귀에 계속 맴돌았고, 시의 운율에 음악을 입히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친구와 작사·작곡도 함께했다. 하지만 막상 입시와 맞물려 있는 문학 수업에서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수능특강>이나 교과서의 운문은 느끼고 감상하기보다는 공식처럼 암기하고 정답을 맞혀야 했어요. 오히려 머리를 식힐 때 접한 운문에서 소리 내어 읽는 묘미에 빠졌죠.”

인문 계열 친구들과 공동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 읽은 <언어의 역사>는 우리말을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고 결국 국어국문학과로 진로를 정했다.

친구와 진로 고민 나눈 교지 편집 동아리

수빈씨는 교지 편집 동아리에서 3년간 활동했다. 진로를 염두에 둔 활동은 아니었다. 당시 영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있었지만 딱 맞는 동아리가 없어서 선택했지만 친구들이 1년간 쓴 글을 모아 교지를 만드는 과정은 무척 재밌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접하면서 여러 부원과 함께 전쟁을 주제로 다양한 관점에서 글을 쓰기도 했다.

“친구들이 좋아서 3년간 같은 동아리를 했어요. 시를 좋아하는 친구, 음악에 소질 있는 친구, 어문 계열을 염두에 둔 친구가 모여 진로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특히 성적이 떨어지고 공부가 재미없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죠.”

국어국문학과로 진로를 확정한 후에는 수업 내용을 확장해 동아리 탐구 활동에 녹여냈다. 국어 시간에 배운 대화의 원리를 바탕으로 SNS의 문자 대화를 분석한 후, 구어체 대화와 구별되는 문자 대화의 특징 및 세대 차이를 분석했던 기획 기사는 우수 기사로 선정됐다.

수빈씨의 1학년 내신은 최상위권이었다. 2학년은 1학년에 비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스스로 생각하는 원인은 ‘자만’이었다. “1학년 성적을 받고 안심했던 탓이 커요. 공부 방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그저 열심히 하는 모습에 만족했죠.” 수빈씨는 1학년 때 좋은 내신 성적을 받더라도 선택 과목에 따라 수강 인원이 달라지는 고2 내신은 변수가 많으므로 항상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능보다 제시문 면접 대비 우선하는 전략 성공

3학년 초에는 내신과 모의고사를 토대로 수시 지원 전략을 세웠다. 서울대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는 일반전형으로 국어국문학과를 지원했다. 연세대는 국어국문학과(교과전형)와 융합인문사회과학부(종합전형)를, 고려대는 종합전형(계열 적합), 교과전형, 논술전형으로 자율전공을 지원했다.

“수시는 안정 지원보다 붙으면 아쉬움 없이 갈 수 있는 대학과 전공을 택했어요. 논술전형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평소 글쓰기에 자신이 있어서 승부를 걸어봤죠.”

고3 2학기에는 수능 공부보다 서울대 제시문 기반 면접 준비에 비중을 뒀다. 수능은 나머지 대학의 최저 기준을 맞추는 정도로 공부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제시문 기반 면접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와 경제 지문에는 취약했어요. 수능을 앞두고 제시문 면접 대비를 우선했기에 안정 지원을 권하는 선생님도 있었죠. 하지만 제시문 기반 면접을 실시하는 대학이 세 군데여서 나름 효율적인 전략이었어요.”

수빈씨의 전략은 제대로 적중해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는 최초 합격했고 연세대도 두 전공 모두 합격했지만, 고려대는 모두 불합격했다.

수빈씨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서 일본 문화를 거부감 없이 극에 잘 녹여낸 작품성에 감탄했다. 수빈씨의 꿈은 운율의 묘미를 살린 우리말에 다른 예술을 입히는 것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투어가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라는 사회·경제 현상을 만들어냈듯이 저도 다양한 문화에 아름다운 우리말을 담아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요. 작사가나 시나리오 작가 혹은 콘텐츠 제작자가 될 수도 있겠죠.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복수전공해서 저만의 길을 찾을 거예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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