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부터 연결자산 30조 이상 상장사 ‘ESG 공시 의무화’

2026-02-25 13:00:01 게재

당국, 공시 로드맵 공개 … 2029년에는 10조 이상으로 확대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1년부터 공시 … 공시기준 확정

2035년까지 790조 규모 기후금융 투입, 온실가스 감축목표 지원

2028년부터 연결 자산 총액이 30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된다. 당초 2025년부터 단계적 공시 의무화를 추진했다가 연기한 이후 정부가 공시 로드맵을 다시 짰다. 또 정부는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을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ESG 공시제도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투자자들이 ESG 대응현황 및 리스크를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ESG 공시 제도화를 추진한다”며 “최초 공시 시기는 국내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래소를 통해 2028년부터 공시가 시작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견수렴해 4월 최종 확정 = 공시 대상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이 30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현재 58개 기업이며 코스피 전체 상장사 중 약 6.9%에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2029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추후 국제 동향과 준비 사항 등을 고려해 추가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공시 첫 해에 한해 연결대상 종속회사 중 자산·매출액이 연결기준 10% 미만인 경우 등 일정기준을 충족한 국내외 종속회사의 공시의무는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ESG 공시기준에서 가장 큰 쟁점인 스코프3(Scope3)는 2031년부터 공시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공시대상별로 3년간 유예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자율적으로 공시를 이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시 우수법인 지정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cope1은 기업 자체 활동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Scope2는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한 에너지(전기, 열, 스팀 등)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 Scope3는 기업의 공급망 또는 제품 사용·폐기 등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기타 모든 간접 배출을 의미한다. Scope3는 전체 탄소배출량의 70~90%를 차지할만큼 비중이 커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핵심 사안이다.

다만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업종별로 매출액 최대 140억원 이하)으로 고탄소 배출 업종이 아닌 가치사슬 내 기업은 공시를 면제하되, 추후 법정공시 전환시 면제범위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ESG 공시 로드맵 초안에 대해 3월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4월 중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ESG 공시기준(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이날 확정됐다.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제정 기준을 기반으로 마련했다.

다만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해 기후 관련 공시를 제외한 나머지 ESG 공시 항목, 톤당 내부탄소가격, 산업별 특화 지표 등은 선택적 공시를 허용하기로 했다. 주요 공시기준은 △거버넌스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등이다.

◆기후금융 70% 이상 중소·중견기업에 투입 = 금융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지원을 위해 2026년부터 2035년까지 790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는 내용의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새로운 NDC를 확정했다. 당초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기로 한 것보다 목표를 상향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계획에 맞춰 2024년부터 2030년까지 420조원의 기후금융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NDC 목표 상향에 따라 기후금융 규모를 확대했다.

이 위원장은 “신규 공급 재원의 50%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집중 투입함으로써 다배출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경제를 녹색 산업의 거점으로 재편하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탄소 대응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올해 56조7000억원을 공급하고 매년 규모를 확대해 2031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90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책금융기관(산은·기은·수은·신보·기보)이 선제적 역할을 통해 산업계의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민간의 기후금융 참여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고탄소 산업의 탄소 감축을 지원하는 한국형 전환금융을 도입하기로 했다. 전환금융은 탄소 다배출 산업과 기업이 저탄소·친환경 구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금을 말한다. 친환경 녹색산업 중심의 지원만으로는 NDC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환금융 대상은 철강, 시멘트 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이며, 제철소의 공정 전환을 위한 전환채권 발행과 정유공장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대출 등이 사례로 꼽힌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전환금융TF’를 운영하면서 관계부처(기후에너지환경부·산업통상부)와 함께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 전체의 탄소감축을 위해서는 친환경 산업의 육성뿐 아니라 국가 탄소배출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철강·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의 탄소감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금융당국은 기후금융 웹포털을 통해 금융권 현장의 기후금융 심사 부담을 낮추고, 금융배출량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금융배출량 산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배출량 플랫폼은 금융회사 포트폴리오의 탄소성과 관리를 위한 것이며, 금융배출량은 금융회사가 직접 배출하는 탄소가 아니라, 대출·투자를 통해 자금을 댄 기업들의 생산·사업 활동에서 발생한 탄소까지 포함해 계산한 간접 배출량을 의미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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