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동식물·식품·환경 통합관리로 ‘항생제 오남용 차단’
항생제 인체사용 OECD 1.6배 … 3차 대책 “사용량 감소와 적극적 감염관리”
정부는 여전히 국제적으로 높은 국내 항생제 사용과 내성률을 낮추기 위한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항생제 내성은 감염병 치료 실패 및 사망 증가로 이어져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사람 농·축·수산 식품 환경 등 생태계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전파되므로 범부처 차원의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25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항생제 사용량이 증가하면 항생제 내성도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2023년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31.8 DID로 OECD 평균(19.5)보다 1.6배 높다. 주요 항생제 내성균인 MRSA의 경우 2023년 내성률이 45.2%로, 전세계 평균 내성률(27.1%)보다 1.7배 높다. 축산 분야에서도 항생제 판매량은 외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3세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내성률(대장균)은 닭에서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번 제3차 대책에서는 “사람·동물·식물·식품·환경의 항생제 내성 관리를 통해 국민의 지속 가능한 건강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항생제 사용량 감소를 통한 항생제의 치료 효능 보호’와 ‘적극적인 감염 예방 및 관리를 통한 항생제 내성 발생 최소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항생제 사용 최적화 = 첫번째 핵심 분야는 인체 및 비인체 분야 전반에 걸쳐 항생제 사용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의료기관 내에서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사업을 본격적으로 활성화한다. ASP 사업은 감염 전문의와 전담 약사 등으로 팀을 구성해 환자의 항생제 처방을 모니터링하고 중재한다.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 중인 ASP 사업을 확대해 2027년까지 301병상 이상 종합병원 전체(170개소)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지속한다. 지역별 선도병원(5개 이상)을 2027년까지 지정해 해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중소병원의 ASP 도입을 지원한다.
농·축·수산 분야에서도 모든 항생제가 수의사 및 수산질병관리사의 처방을 통해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을 개선해 항생제 사용량을 산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기존 허가된 동물용 항생제에 대해서도 최신 과학 수준에 맞춘 안전성 및 유효성 재평가(수산32종136제품 등)를 통해 효과성을 확인하고 사용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반려동물용 항생제 신중 사용을 위한 보호자 대상 교육 콘텐츠도 개발·보급할 예정이다.
◆내성균 발생 예방 = 두번째 핵심 분야는 감염병 발생 자체를 줄여 항생제 사용 필요성을 낮추고 내성균의 전파를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전략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 감염증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자체 주도의 감염관리 대응체계를 가동한다. 2029년 150개 기관까지 단계적 확대한다. 국가예방접종 실시에 따른 집단면역 형성으로 예방효과 증대를 통해 항생제 사용감소를 유도할 계획이다.
축산 분야에서 돼지 유행성 설사병 등 소모성 질병에 대한 백신 사용 지침 제공 및 개발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축산농가의 축사시설 현대화 지원(100개소)을 통해 축산농가 자체 방역 역량을 향상시켜 호흡기 등 질병발생 예방을 강화한다.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수산물 인증’과 ‘수산물의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농가를 확대(850개소)해 농·어업 종사자 스스로 항생제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한다.
◆전략적 정보 및 혁신 = 세번째 핵심 분야는 분산된 항생제 내성 정보를 통합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대응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2024년 1월부터 소·돼지·닭 등 다소비 축산물 및 어류에 도입된 ‘잔류물질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를 양·오리 등 기타 축·수산물 동물용의약품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제3차 대책에 처음으로 작물 생산에 사용하는 농약(항생제 포함) 판매기록 관리도 수행한다. 환경 분야에서는 하수처리장 및 전국 하천 등에서의 내성균 배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적절한 항생제를 빠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항생제 내성균 신속 진단 검사법 개발 및 새로운 항생제와 보조치료물질(항생제 분해효소 저해제 등) 개발 연구에 대한 지원을 지속한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내성균의 발생 추이를 예측하고 감염균별·감염증별 항생제 처방 최적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추진한다.
◆거버넌스 및 인식개선 = 네번째 핵심 분야는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거버넌스를 공고히 하고 국민과 전문가 인식 개선을 통한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6개 부처에 농촌진흥청을 새롭게 포함해 거버넌스 및 범부처 협력체계를 확대한다.
정부는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전 국민 대상 홍보를 상시 추진한다. 의사·수의사와 농·축·수산 및 식품 업계 종사자 등 이해관계자 대상으로 전문교육도 강화한다. 또한 항생제 부작용 피해 구제 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한다. ‘항생제 내성 범부처 실무협의체’와 ‘항생제 내성 전문위원회’를 정례적으로 운영한다. 질병관리청 등은 “7개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한 제3차 대책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며 “부처 간 협력과 국민 참여를 기반으로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을 단계적으로 감소시켜 내성문제를 관리하고 국민건강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철 김성배 김아영 정연근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