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신고포상금 따로, 과징금 따로

2026-02-25 13:00:01 게재

제보자 먼저 신고했는데 1년뒤 자신신고했다며 감면

이 대통령 “담합 반복하면 영구퇴출” 엄벌 의지 무색

감사원 ‘공정위 정기감사’ … 제도 개선 등 10건 조치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담합 행위 근절을 강조하며 신고포상금 제도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지만, 정작 공정거래위원회는 제보자의 신고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담합 업체들의 과징금을 감경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담합 행위를 반복하더라도 법인을 분할하거나 신설하는 경우 과징금을 감면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2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위원회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2~2024년 공정위가 신고·제보 포상금 지급과 자진신고 감면을 동시에 적용한 사례는 2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신고·제보 증거 등급을 ‘상’으로 부여해 포상금을 지급한 사건 중 자진신고 감면이 적용된 2건을 검토한 결과, 제보자가 협정서와 정산 내역 등 담합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공정위는 1년여가 지난 뒤 사업자들이 자진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에서 각각 37억원과 9억원을 감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진신고 감면제도는 담합 행위를 자진 신고한 1·2순위 업체에 대해 고발을 면제하고, 각각 과징금 전액과 50%를 감경해주는 제도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 행위를 적발·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기존 판례는 제보자가 먼저 증거를 제출해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경우에는 이후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감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신고포상금 제도에 따른 제보 내용 등을 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아 이를 고려하지 못한 채 자진신고 감면을 의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이 담합 행위에 대한 엄벌을 주문하며 신고포상제 활용을 강조했지만, 정작 공정위는 제보자의 신고 내용을 과징금 산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셈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담합과 같은 불공정거래가 만연한 실태에 대해 “온 동네를 파면 전부 다 더러우니 다 고쳐야 한다”며 “신고하면 팔자 고치도록 포상금을 확 주라”고 주문했다. “4000억원 규모를 신고하면 몇백억원을 줘라. 로또 하느니 담합을 뒤지자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지난 1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우리 사회에는 설탕, 밀가루, 육고기, 교복, 부동산 등 경제·산업 전반에 걸쳐 반시장적 담합 행위가 뿌리 깊게 퍼져 있다”며 “이런 반시장적 행위가 반복될 경우 시장에서 영구 퇴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감사 결과 공정위는 담합 행위를 반복하더라도 법인을 분할하거나 신설한 경우에는 자진신고 감면제도를 적용해 과징금을 감경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자진신고 감면제도에서는 실질적인 지배 관계가 인정되는 계열사 등이 후순위로 신고하더라도 1·2순위와 함께 과징금을 공동 감면받을 수 있다. 다만 일정 기간 위반 행위를 반복한 사업자는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공정위는 관련 고시에서 과징금 납부 실적이 있는 기존 업체만 공동 감면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규정해, 신설 법인이나 분할 법인처럼 납부 실적이 없는 사업자는 반복 위반 시에도 과징금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질적인 지배 관계가 있는 계열사로 5년 이내 담합 행위를 반복했음에도 분할 법인과 신설 법인으로 과거 납부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546억원의 과징금을 감면해준 사례도 있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검찰·경찰 수사 기록을 직접 요청할 수 있음에도, 담합 업체가 수사 기록을 제출했다는 사유만으로 과징금을 감경해주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불합리한 과징금 감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공정위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공정위가 심사보고서 기준 과징금을 과다 산정하거나 최종 의결 전에 부정확한 과징금 규모를 공표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4년 공정위 사무처가 심사보고서 단계에서 산정한 과징금은 최종 부과액보다 1.9~2.8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행위 사건의 경우 심사보고서 단계에서는 3조4000억~5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위원회가 의결해 부과한 과징금은 964억원에 그쳤다.

감사원은 조사·검토 단계에서 과다한 과징금이 산정될 경우 의견 제출과 소명 절차 등 기업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공정위가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행위 제재를 위해 2020년부터 국세청으로부터 과세 정보를 제공받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며 주의 요구했다. 실제 2023~2024년 공정위가 제공받은 국세청 과세 정보는 230건에 달했지만, 조사에 착수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이 밖에도 감사원은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해도 대부분 단순 경고에 그쳐 제출 의무 위반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점을 적발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통보하는 등 통보 7건, 주의 요구 2건, 징계 요구 1건 등 총 10건의 조치를 내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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