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식품산업의 3가지 진화 모델

2026-02-25 12:59:59 게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디지털 확산의 구조적 변화 속 산업 전환 모색

스케일과 시스템으로 승부하는 이토햄

이토햄요네큐홀딩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육가공 식품기업인 이토햄(伊藤ハム)과 요네큐(米久)가 2016년 경영 통합을 통해 설립된 기업이다. 주요 사업은 햄·소시지, 조리 가공식품, 냉동식품, 반찬류 등을 포함하는 가공식품 사업과 소·돼지·닭고기 등의 조달·가공·유통을 담당하는 식육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케일과 시스템으로 승부하는 종합 식품 대기업’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원료 조달부터 가공·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직 통합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조직 문화 역시 대기업 특유의 조직적이고 시스템 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

장기 경영 계획과 KPI 관리가 명확하고, 공장 운영과 물류 효율성,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경영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해외 시장 확대와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둔 글로벌 지향적 사고를 바탕으로, 단순한 육가공 기업을 넘어 육류·가공식품 중심의 종합 식품 그룹으로의 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장 내 로봇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등 자동화와 디지털 유통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 인력 부족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도입은 비용절감과 품질 균일성 확보에 기여하며, 경쟁이 치열한 시장환경에서 품질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25 회계연도에는 연결 매출 약 9888억엔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경상이익 역시 흑자를 유지했다. 특히 2025년도 3분기 누계 실적에서는 매출 약 8200억엔, 경상이익 약 234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8.1%, 29.8% 증가해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회사는 2025 회계연도 전체 매출을 약 1조500억엔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토햄요네큐홀딩스가 제시하는 미래상은 ‘육류·가공식품 중심 종합 식품 그룹’으로의 진화로 정리할 수 있다. 회사가 내세운 슬로건 “미트 투게더(Meat together)”는 단순히 고기를 의미하는 Meat의 개념을 넘어, 음식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슬로건 아래 추진되는 장기전략 2035의 핵심은 사업 영역의 확장이다. 전통적인 햄·소시지 중심의 육가공 사업을 넘어 냉동식품과 간편식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해외시장 진출과 대형공장 증설, 자동화 설비 투자를 병행하며 대량생산과 글로벌 스케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품 다변화를 넘어 육류와 가공식품을 축으로 한 종합 식품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의미한다.

마루다이 식품의 히트상품 '순두부', 최근 마늘 순두부도 출시했다. 출처: 당사 웹사이트

데이터 마케팅의 힘, 마루다이식품

1958년 설립된 마루다이식품(丸大食品)은 종합 식품 제조 기업으로, 햄·소시지 등 육가공 제품과 조리 가공식품, 식육 제품의 제조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훈제야(燻製屋)’ ‘순두부’와 같은 인기 제품의 인지도가 높으며,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선호를 빠르게 반영하는 제품 개발에 강점이 있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본 고령인구 비중은 전체의 28% 이상으로 고령 소비자들은 편의성·영양·간편조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즉석섭취식품(RTE)과 간편조리식품(RTC)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맞춰 더 부드럽고 씹기 쉬운 소시지와 칼슘을 강화한 햄 슬라이스를 출시했으며, 콜라겐 함유 소시지 등 기능성 식품 혁신과 프리미엄 가격 전략을 통해 높은 수익성과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신제품 출시에도 적극적인데, 한식 인기에 힘입은 순두부 제품이 큰 성공을 거두며 17년 연속 매출 1위를 기록한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포스(POS, Point of Sale)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 활동도 두드러진다. 매장에서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판매되었는지에 대한 세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 니즈에 맞춘 상품 개발을 진행한다. 최신 POS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상품 기획이나 매대 구성에 대한 다양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현재 트렌드 파악뿐 아니라 향후 트렌드에 대한 가설 설정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데이터 분석과 함께 소비자 조사를 반복적으로 실시하고, 필요에 따라 주력 상품의 재검토와 신제품 점검도 병행하고 있다.

2026년 3월기 제2분기(2025년 4월~9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202억9000만엔이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1% 증가한 42억1000만엔, 경상이익은 41.3% 증가한 44억4200만엔으로 큰 폭의 성장을 보였다. 2030년에는 매출액 3000억엔, 영업이익 100억엔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의 가공육 시장은 고령화, 도시화, 1인가구 증가로 조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건강 지향 제품과 간편식(HMR),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마루다이식품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편의·시간절약 수요에 대응한 상품 개발이 핵심이 될 것이다.

영양 균형을 고려한 반찬류와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에 대한 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온라인 판매 강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병행한다면 국내 시장 축소를 보완하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가능성도 크다.

아지노모토, 테크·헬스케어로 대전환

아지노모토 주식회사(Ajinomoto Co., Inc.)는 ‘아지노모토’ ‘혼다시’ ‘쿡두(Cook Do)’ 등의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품 대기업이다. 창업 이래 100년 이상 축적해 온 아미노산 연구인 '아미노사이언스'를 기반으로 발효기술, 촉매기술, 분자설계 노하우를 ‘헬스케어’ ‘푸드&웰니스’ ‘ICT’ ‘그린’의 네 가지 성장 영역으로 확장하며 사업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기존의 식품 사업에 더해 유전자 치료와 반도체 소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로 진출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며, 디지털전환(DX)과 AI를 활용한 상품 개발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회사의 주가는 4배로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스토리가 제시된다. 첫째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국내외 식품 사업의 경쟁력이다. 조미료와 가공식품 등 생활필수품에 가까운 제품 비중이 높아 안정적인 수요가 강점이다. 다음으로 전자 소재 관련 사업의 독보적 위치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절연 소재인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을 개발했으며, 생성형 AI 시장의 성장과 함께 판매 물량이 확대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헬스케어 관련 사업군의 성장이다. 2023년 12월 미국의 유전자 치료 의약품 위탁생산(CDMO) 기업인 포지 바이올로직스(Forge Biologics)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헬스케어 분야로 본격 진출했다. 아미노산 기술이 식품을 넘어 의약품 제조라는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DX와 AI를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2023년부터 ‘기호성 추정 AI’ 개발을 추진해 개인의 취향을 예측하고 레시피와 식단을 제안하는 ‘미래 식단’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요리사가 단골 고객의 입맛을 기억하듯 AI가 개인별 기호 데이터를 학습해 마케팅과 상품 기획에 활용하는 구조다.

2026년 연간 전망에서는 매출액 1조6180억엔(전기 대비 5.7% 증가), 사업이익 1800억엔(동 13.0% 증가)으로 견조한 실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전자 소재 등 비식품 부문의 호조가 전사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가 성과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아지노모토는 헬스케어, 반도체 소재, 환경 대응 분야로 확장하면서 기존 식품사업의 틀을 넘어선 사업 전환을 가속하며 식품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성숙 산업으로 분류되기 쉬운 식품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기술 기반을 재정의하고 이를 이종 산업으로 확장는 도전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M&A, DX 추진, 프로세스 혁신, 오픈 이노베이션을 결합한 다면적 접근은 일본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양경렬 Yang GyungYeol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