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심폐소생술과 민주시민교육

2025-03-12 13:00:01 게재

올해 초 경기도 부천에서 한 초등학생이 심폐소생술로 어머니를 구해 화제가 됐다. 부원초교 3학년 정태운(9)군은 늦은 밤 집에서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자 119에 신고한 뒤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의 응급조치로 어머니는 호흡과 맥박을 되찾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해 현재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부천소방서는 지난 9일 정군에게 심폐소생술 유공 소방서장 상장을 수여했다. 정군은 “(엄마가 쓰러졌을 때) 바로 학교에서 배운 것을 떠올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이 생명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심폐소생술’이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교육이라면 ‘생존수영’은 수중 위기상황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도 오산에서 시작된 ‘어린이 생존수영교육’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23년 6월 오산시 원동초교 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된 생존수영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해경·해군과 함께 도내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생존수영을 교육한다.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초등 1~2학년은 이론교육 2시간, 3~6학년은 입수형 실기교육 10시간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람에게만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12.3 내란사태로 위기에 처한 한국사회도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탄핵정국에서 벌어진 서부지법 폭동, 이를 옹호하는 극단주의 종교인, 극우 유튜버와 정치인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외친다.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왔던 젊은이들 사이에선 헌법 관련 책읽기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21대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유기홍 전 의원은 최근 언론 기고에서 ‘교육의 힘이 내란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내란세력은 ‘87년 체제’ 이전의 학벌 중심 엘리트주의, 체벌이 당연시되던 권위주의적 학교에서 교육받은 세대이자 권력 엘리트를 상징하는 ‘육법당’(육사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반면 내란을 막은 사람들은 민주화된 87년 체제 이후 교육을 받은 세대, 민주시민교육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덜 권위적이고 체벌 없는 학교에서 성장한 새로운 세대다. 시민을 존중하고 부당한 명령에 소극적으로 행동하거나 불복종한 젊은 장교와 사병들도 마찬가지다. 1980년 광주의 계엄군과 2024년의 계엄군은 완전히 달랐다.

학교에서의 민주시민교육과 학생자치활동, 마을에서의 평생교육·주민자치활동을 통해 온 국민이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필요한 심폐소생술 아닐까.

곽태영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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