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법의 규정성과 윤석열 구속기간 논란

2025-03-12 13:00:01 게재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타인이 그것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타인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서 그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인이 하도록 하는 야만적인 방법은 물리력이다. 이른바 조폭이 흔히 이 방법을 사용한다. 요즘은 흔히 가스라이팅으로 불리는 방식으로 심리적 강제를 하기도 한다. 권한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 타인을 강제하기도 한다. 지난해 벌어졌던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그 예다. 군사력과 경찰력을 동원해 야당 국회의원과 정치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하려고 했다. 조폭과 다르지 않다.

돈(money)으로 타인을 강제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허용한 방법이다.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을 돈으로 산다. 돈을 주면 심지어 범죄도 불사한다.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가 팽배한 것 같아 무섭다.

민주사회에서 허용된 타인을 강제하는 보편적인 방법은 바로 법(法)이다. 법은 강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인이 하려고 하지 않을 때 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법치사회, 법치주의라는 말이 있다. 법은 바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법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약속

법이 강제력이 있는 이유는 우리가 그렇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법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약속이다. 더불어 함께 살면서 타인과 갈등이나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약속한 것이다. 혼자 살면 법이 필요 없다. 분쟁이 생겨도 우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면 법은 필요 없다. 그래서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란 말이 있는 것이다. 삶이 전쟁이라면 민주사회에서 법은 총이다. 법이라는 무기를 가진 사람과 그런 무기가 없는 사람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법을 잘 알면서도 타인을 설득해 분쟁을 해결하려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더디게 진행되는 법적 절차는 그 자체가 우리에게 고통이다. 법적 절차에 연루된 우리를 변호사가 결코 대신할 수 없다. 우리는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절차를 벗어날 수 없다.

법이 최고이고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 곧 법률만능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여지가 크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아껴야 한다. 상처뿐인 영광을 맛보기 위해서 법을 이용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법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달라질 수 있다. 폭행의 고의로 타인의 신체를 접촉한 것이면 폭행죄이지만, 추행의 고의로 타인의 신체를 접촉한 것이면 강제추행죄이다. 법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확정되었다고 할지라도 이에 대해 적용되는 법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할지에 따라 법적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유죄의 전제 사실이지만 무죄가 될 수도 있다. 법은 우리의 약속이지만 그 약속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법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수사기관이 법관의 영장을 받아서 체포나 구속을 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체포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48시간이고, 수사기관이 구속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원칙적으로 10일이다. 그런데 체포나 구속된 피의자가 영장이 발부된 체포나 구속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원에 체포적부심이나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법원이 체포·구속적부심사를 진행한 ‘기간’은 체포·구속의 최대 시간에 산입하지 않는다.

체포적부심 계산, 일 단위일까 시간 단위일까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인신 구속과 관련해 그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구속기간에 대해서는 사법경찰관이 10일 내 검사에 피의자를 인치해야 한다. 검사는 인치 받은 후 10일, 1차에 한하여 10일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구속기간을 일 단위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체포와 구속적부심에 대해서는 그 결정기간을 시간단위로 정하고 있다. 형소법 214조의2 4항에 보면 청구서 접수 후 48시간 내에 구속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문제가 된 윤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해서 체포적부심 기간을 구속기간에서 날짜로 기산할까, 시간으로 기산할까. 형소법 제214조의2 13항에 보면 법원이 수사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에 반환될 때까지의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서 그 기간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시간 단위일까, 일 단위일까. 이 경우 구속 후 기소까지의 기간은 또 어떤 단위일까.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