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건설현장, 불황에도 사고사망자 안줄어

2025-03-12 13:00:06 게재

제조업도 생산 줄었는데 오히려 늘어 … “중대재해법 솜방망이 처벌 영향, 정책 실효성에 의문 ”

#. 지난달 25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서울세종고속도로 현장의 교량상판 구조물이 붕괴되며 사상자 10명이 발생했다. 10일에는 경기 평택시 화양도시개발구역 내 힐스테이트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추락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 붕괴사고 현장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 사고 현장에서 28일 경찰과 국과수, 산업안전공단,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등 관계자들이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건설경기의 침체로 투입인원수가 줄었음에도 소규모 건설현장 사고 사망사고는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도 경기여건으로 생산이 줄었는데 오히려 증가했다.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2024년(누적)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589명으로 2023년 598명 대비 9명(1.5%)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는 553건으로 전년 대비 31건(5.3%) 줄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 중 사업주의 ‘법 위반 없음’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 집계된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 사망자가 276명으로 27명(8.9%) 줄었다.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현장의 사망자가 27명 줄어든 반면 50억원 미만 현장의 사망자는 181명으로 사망사고 건수도 178명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등이 포함된 제조업은 175명으로, 5명(2.9%) 증가했다. 기타가 138명으로 13명(10.4%) 늘었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국토교통부의 건축 허가 및 착공 통계를 보면 착공 동수가 전년 대비 7.49% 감소했고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상 건설업 취업자수도 2.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기 영향 등으로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 감소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은 선박건조 및 수리업 등 업황이 개선된 업종, 기타 업종은 건물종합관리와 위생 및 유사서비스업 등 안전보건 개선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0인(건설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은 339명으로 지난해보다 15명(4.2%) 줄었다. 50인 이상 사업장(50억 이상)은 250명으로 전년보다 6명(2.5%) 증가했다.

50인 미만 중에서도 지난해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사망자는 12명 줄었다.

유형별로는 ‘3대 사고유형’으로 불리는 떨어짐·부딪힘 사고가 각각 227명, 5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명(9.6%), 29명(36.7%) 감소했다. ‘물체에 맞음’은 83명, ‘끼임’은 66명, ‘깔림·뒤집힘’은 46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명, 12명, 3명 증가했다.

고용부는 “경기여건, 정부의 산재예방 지원 정책, 현장의 안전 경각심·의식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매년 사고사망자 수는 감소세”라면서도 “중소기업, 취약업종 중심으로 안전보건 역량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50인 이상 제조업 사고사망자는 증가한 것은 중대재해법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사업주의 안전관리 책임이 강화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전년과 비교해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가 소폭 감소했지만 건축착공면적, 건설기성액, 취업자 수 등이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사고사망이 실질적으로는 줄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의 경우 생산과 취업자가 많이 줄었는데 오히려 사고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정책의 실효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최근 5년간 산업안전행정 인원과 예산이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 사고사망자가 정체 현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는 “건설현장에는 저가수주 경쟁과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더욱 만연하면서, 과도하게 삭감된 공사비에 맞추려 무리한 공기단축과 저임금 외국인 투입으로 ‘기본 안전 수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있다”면서 “건설안전의 정상화를 위해 모두가 제값을 확보하고 내국인을 우선 고용할 수 있는 생산여건의 조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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