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줄탄핵 성적표’ 나온다…현재까지 4연패

2025-03-12 13:00:15 게재

13일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무더기 탄핵심판 결정

독주냐, 심판이냐 … 민주당표 ‘행정부 견제’ 시험대

검찰총장 탄핵, 여론악화 우려에 지도부서 속도조절

“분풀이용 탄핵 안 돼” … 한덕수 탄핵결과도 주목

더불어민주당이 행정부와 사법부 견제장치로 단행해온 탄핵성적표가 나올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전패다. 이번 주 중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무더기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옴에 따라 민주당표 견제장치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빠르면 다음 주 시작할 수 있는 조기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당이 ‘민주당정부의 독주’에 따른 공포를 조기 대선의 주요 공격 지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을 주저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안경 올리는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12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심 총장 탄핵에 대해 의원들간 의견이 많이 갈려 탄핵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기와 때를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법원의 구속취소 판단에 항소를 포기하도록 지휘한 심 총장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여론이 높지만 심 총장 탄핵에 나설 경우 오히려 ‘맘에 안 들면 탄핵한다’는 등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는 얘기다. 강성 지도부들도 심 총장 탄핵소추 추진보다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주력해야 한다는 판단이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줄줄이 쏟아놓은 탄핵소추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번 주 무더기로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전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내놓기 전인 오는 13일에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검사장(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 결론을 공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최 원장에 대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 미실시 △국정감사 발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보도자료 배포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등 직무 위반 등을 들어 탄핵 소추했다.

이 검사장 등에 대한 주요 탄핵 소추 사유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 편의 제공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사건 관련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없이 검찰 ‘레드팀’ 의견만을 청취한 뒤 불기소 처분 △불기소 처분 직후 기자회견과 국정감사에서의 허위 답변 등이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들어 29번의 탄핵소추안을 냈다. 21대 총선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절대 과반의석을 확보한 후 거대야당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지금껏 인용된 사례가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민주당 주도로 추진한 탄핵안 중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온 이정섭(9명 전원 기각), 안동완(인용 5명, 기각 4명)검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9명 전원 기각)의 탄핵안은 기각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올 1월엔 탄핵안이 4대 4로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했다. 민주당은 4전 전패했다.

이번 주에 나올 감사원장과 3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또 연거푸 ‘기각’ 결정이 날 경우엔 민주당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검사들이 “수사 결과가 다수당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소추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반발한 데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변론기일 최종 의견진술에서 “거대 야당은 제가 취임하기도 전부터 대통령 선제 탄핵을 주장했고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다”며 “거대 야당의 공직자 줄탄핵은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차원을 넘어 헌정질서 붕괴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한 점도 환기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영향력과 상관없이 주말 여론전에서 민주당이 수세로 몰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국민의힘은 ‘(심우정 검찰총장을 포함한) 30번째 탄핵’이라는 프레임으로 민주당의 ‘줄탄핵’과 ‘독주’를 비판하고 나섰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줄탄핵으로 국회의 변호사비 지출이 크게 늘었고 민주당쪽 인사들이 대거 변호를 수임하면서 ‘돈벌이’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더 큰 관심을 끄는 대목은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결과’다. 한 총리가 탄핵 기각으로 복귀해 국정을 운영하고 조기 대선을 관리하게 된다면 민주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법률가 출신의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실제 탄핵심판 인용 가능성보다는 지지층 분풀이용이나 문제제기 수준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탄핵을 남발한 측면이 있다”면서 “실제 탄핵들이 기각되고 앞으로도 줄기각된다면 민주당의 독주 이미지만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가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정책결정을 하기보다는 좀 더 안정적으로 국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며 “한덕수 총리가 복귀해 대선 관리에 나서고 그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이는 것은 민주당에 유리할 수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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