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윤 대통령…기각 기대감?

2025-03-12 13:00:28 게재

석방 직후 흥분감 잦아들고 ‘정중동’ 기조 유지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 닷새째인 12일에도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며 ‘정중동’ 행보를 지속했다. 윤 대통령은 석방 직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변호인단을 통해 메시지를 내는 등 적극적 모습을 보였지만 의외의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탄핵 기각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헌재 판결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겠다는 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석방 직후만 해도 탄핵반대 집회 참석 등 ‘광장정치’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늦어도 다음 주 내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유리한 방향으로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대통령실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대통령실 분위기를 잘 아는 한 여권 인사는 “조심스럽긴 해도 (인용 대 기각이) 5대3 또는 4대4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더라”면서 “대통령실이 최근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런 판단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회로’라는 지적도 있지만 만약 헌재 결과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기대감을 전제로 하면 굳이 여론전을 벌여 헌재 재판관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윤 대통령측이 헌재 변론 재개 요청 관련해서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점도 정치권에선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초에는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 결정을 받아낸 만큼 헌재 변론 재개를 요청해 기존에 주장해 온 절차적 문제 등을 더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석방 닷새째인 이날까지도 변론 재개 신청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가능성 등 막판 변수를 없애는 한편 지금 현재 상황에서도 탄핵 기각을 받아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에 대한 호소 등 여론전에 다시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헌재 최후 진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알리긴 했지만 지지자들 앞에 직접 나서서 계엄 이유 등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여전히 내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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