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좁아진 채용문…경력·수시채용 늘어

2025-03-12 13:00:22 게재

하나·우리·기업은행, 상반기 150~200명 뽑아

한은 “경력채용 증가, 청년일자리 찾기 어려워”

은행권이 올해 상반기 채용에 나섰지만 갈수록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대규모 신규채용 방식에서 소규모 경력 및 수시채용을 늘리면서 신규 취업문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은 상반기 채용을 진행중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관련 서류접수를 오는 17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채용하는 인원은 약 15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50명)와 비슷하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10일까지 채용관련 서류접수를 마쳤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약 190명을 뽑는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17일까지 연례 신입행원 공개채용 모집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금융일반(150명)과 IT(20명) 분야 등 약 170명 규모를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 은행은 이번 주까지 서울과 지방의 각 대학을 돌며 ‘캠퍼스리쿠르팅’ 행사를 통해 채용관련 설명회를 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은 아직 상반기 채용 규모와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 은행도 이르면 이달이나 다음달 중 채용 규모와 일정을 확정하고 모집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행권 채용의 특성은 경력직에 대한 수시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도 상반기 신입직 채용과 함께 10명 가량의 경력직에 대한 수시채용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은행은 그동안 전문계약직 형태로 부정기 채용을 해오다 지난해부터 사실상 정례화된 경력직 채용을 하고 있고, 지난해는 상반기(6명)와 하반기(12명)로 두차례 경력직을 채용했다.

은행권이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수시로 채용하는 관행이 늘면서 학교를 막 졸업한 신입직의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000명 이상을 채용했던 5대 시중은행이 올해는 자칫 500명 안팎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상반기 채용이 줄면 하반기에 늘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해마다 대규모 공개채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일반직 행원은 2018년 6만3000명 규모에서 지난해 5만7400명 수준으로 5000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채용 담당 관계자는 “일반적인 예금과 대출업무가 비대면으로 가능해지면서 IT와 연금 등 전문적 능력이 필요한 파트를 중심으로 경력직을 선호하는 양상”이라며 “희망퇴직 등을 통해 나가는 인력에 맞춰 채용인력도 조정하고 있지만, 이런식의 채용관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경력직 채용 증가에 따른 청년층에 대한 일자리 수요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민석 고용연구팀 과장 등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채용방식이 빠르게 경력직 및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경력직 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8.1%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37.6%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채용방식도 수시채용이 크게 늘어 2023년 기준 48.3%에 이를 것으로 파악했다.

보고서는 “경력직 채용 증가는 근로자 측면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되고, 기업도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노동시장에 갓 진입하는 청년층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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