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30조·EU 41조 ‘대미 보복관세’

2025-03-13 13:00:31 게재

트럼프 철강 25% 관세 강행에 맞대응 … 멕시코·브라질·영국은 대응 유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C)이 존슨 하원의장이 주최한 연례 아일랜드 친구들 오찬을 마치고 미 국회의사당을 떠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 12일 워싱턴 DC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좌)과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우)의 호위를 받으며 미 국회의사당 동쪽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제말 카운티스/UP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 부과를 시행한 데 대해 주요 국가들의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은 즉각 맞보복에 나선 반면, 멕시코와 브라질, 영국은 대응 조치를 유보한 채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12일(현지시간) 도미닉 르블랑 재무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3일부터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등 298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관세 부과 대상은 126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철강제품과 3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알루미늄 제품을 비롯해 컴퓨터, 스포츠장비, 철강주조제품 등(총 142억 캐나다달러 규모)이 포함됐다.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에 가장 많은 철강, 철 및 알루미늄을 수출한 국가다. 미국은 캐나다로부터 114억달러 상당의 알루미늄과 76억달러 상당의 철강 및 철 제품을 수입했다.

캐나다에 앞서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트럼프 관세 발효와 거의 동시에 즉각 보복 조처를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부당한 관세”에 대응해 보트, 버번위스키, 오토바이를 포함한 최대 260억유로(280억달러·한화 약 41조원) 상당의 미국산 수출품에 대한 보복조치를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내 “오늘 우리가 취하는 조처는 강력하지만 비례적”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EU의 대응 조치가 2단계로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다음달 1일, EU 집행위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시행됐다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된 ‘균형조정 조치(rebalancing measures)’를 다시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4월 13일에는 미국에서 EU로 수출되는 180억유로(약 196억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과 EU의 관세 충돌이 현재로서는 EU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의 킬 연구소는 이번 조치가 EU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0.0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소는 “관세 대상이 된 제품 중 극히 일부만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선 캐나다, EU와 달리 대미 철강 수출 2,3위국인 멕시코와 브라질은 즉각적으로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상응하는 조처를 즉시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의 창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간 회담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보복 관세’ 부과 여부를 4월 2일께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역시 미국을 상대로 한 보복 관세 정책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페르난두 아다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날 취재진에 “우리는 그런 식(보복)으로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룰라 대통령이 훨씬 침착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G1은 보도했다.

브라질 역시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미국을 상대로 관세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브라질 외교부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부 장관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관세 문제를 다루기 위한 실무 그룹 구성에 합의했다”고 공지했다.

영국도 EU와 달리 대미 보복 조치를 유보하고 미국과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주간 총리 질의응답(PMQ) 시간에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글로벌 관세 부과에 실망했지만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를 포함한 경제 협상을 하고 있으나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머리 재무부 부장관도 이날 오전 타임스 라디오에 “(영국이) 보복할 권리를 비축하고 있다. 즉각적인 보복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주요 수출국은 캐나다(71억4천만 달러·23%), 멕시코(35억 달러·11%), 브라질(29억9천만 달러·9%), 한국(29억 달러·9%), 독일(19억 달러·6%), 일본(17억4천만 달러·5%) 등 순이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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