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퐁피두 원탁회의 ‘일방통행’ 논란

2025-03-13 13:00:37 게재

참석자 장밋빛 전망 일색

반대단체들 “들러리 싫다”

부산시가 프랑스 3대 미술관인 퐁피두센터 유치과정에서 논란을 해소한다며 마련한 원탁회의가 일방통행식 운영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퐁피두센터 조감도 부산시가 프랑스 3대 미술관인 퐁피두센터 유치과정에서의 논란을 해소 한다며 마련한 원탁회의가 일방소통 운영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남구 이기대공원에 조성될 퐁피두센터 분관 조감도. 사진 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12일 오후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퐁피두센터 부산’ 유치와 관련해 지역과 상생이라는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원탁회의)을 열고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된 세 차례 회의를 모두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은 이준승 행정부시장 주재로 시의회와 문화·미술·관광·건축·도시계획 등 각 분야 전문가 23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다.

‘폭발적 효과’ ‘부산을 대표하는 킬러콘텐츠’ ‘현대미술의 허브로 도약하는 기회’ 등 참석자들은 퐁피두센터 유치에 대해 칭찬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심지어 “예산을 10배 더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시정을 견제해야 할 시의원조차 “정치적·음모론적·비판적 시각만 담아서 주장하는 것은 건전하지 못하다”며 “건립한 뒤 차차 해소하면 된다”고 옹호했다.

이날 회의가 이렇게 진행된 데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빠진 탓이다. 부산민예총 부산경실련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산참여연대 등 단체들은 퐁피두센터 유치를 우려해 왔지만 라운드테이블은 불참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계속 라운드테이블 참여를 독려해 왔지만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시각은 다르다. 이미 퐁피두센터 유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진행되는 원탁회의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들러리 밖에 안 될 회의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3차 라운드테이블 참석자들조차 시의 소통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차윤석 동아대 교수는 “세계적이라는 키워드에 너무 매몰돼 있다”며 “해답을 도출하는 과정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동엽 부산건축사회 이사는 “납득해 가는 과정이 결여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준승 행정부시장은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지 않아 아쉽다”며 “반대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다양한 소통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퐁피두센터는 박형준 시장 공약인 세계적 미술관 유치로 시작됐다. 건립비 1081억원이 투입되며, 연간 운영비는 125억원으로 추산된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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