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삼성물산 ‘267억대 항소심’ 오늘 첫 변론

2025-03-13 13:00:41 게재

747억 약정금에 지연손해금 267억원 추가 요구

1심 “합의서는 주식가격 원금 의미, 이자 아냐”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벌이는 약정금 청구소송 항소심의 첫 변론절차가 진행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16부(김인겸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약정금 267억2168만원 청구소송에 대한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했다. 당시 삼성물산이 1주당 주식매수청구가격을 5만7234원으로 공시하자 엘리엇은 저평가됐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합병은 가결됐다. 엘리엇은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과 법원에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조정 신청을 냈다.

2016년 1심은 삼성물산의 주식매수 청구가격이 옳다며 엘리엇의 패소로 판결했다. 엘리엇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삼성물산은 항소심 과정에서 엘리엇과 ‘소를 취하하는 대가로 다른 주주들과 동일한 보상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724억원을 지급받기로 ‘비밀합의’를 했다.

엘리엇은 1주당 5만7234원으로 계산한 주식매수대금과 2016년 3월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받고 항소를 취하했다.

2022년 엘리엇은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 삼성물산으로부터 세금을 공제한 659억원(세금 포함 약 724억원)의 추가 지급금을 받았다. 다만, 대법원 판결까지 소송을 이어간 다른 주주들만큼의 지연이자는 받지 못했다.

2023년 10월 엘리엇은 돌연 비밀합의에 미정산된 약정금 및 지연손해금이 남아 있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 삼성물산은 “합의 약정서에 근거해 이미 659억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지연이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지난해 9월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삼성물산이 엘리엇에 추가 약정금을 더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엘리엇의 패소로 판결했다. 합의서에서 언급된 ‘주당 대가’는 주식 가격 자체만을 의미하며 지연이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합의서 문언상 본건 제시 가격을 초과해 제공한 주당 대가 또는 가치 이전의 가액은 주식매수 가격의 원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주식매수 대금의 지연손해금 기산점(계산 시작점)은 동일하지만, 주주별로 지연손해금 발생 종결일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의서에는 지연손해금을 ‘주당 대가’로 환산하는 정의 규정이나 계산 방식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연금이 지난해 9월 ‘제일모직 합병손실’을 이유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재판도 1심 절차를 앞두고 있다.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지분을 각각 11.61%, 5.04% 보유했는데,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는 기존 두 회사의 지분 가치를 더한 것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우선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피해 금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참여연대는 두 회사 합병을 통해 이 회장 일가가 3조1000억~4조10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은 반면 국민연금은 5200억~6705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이 회장측 모두 대리인단을 선임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서원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