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즉시항고 포기’ 입장 바꿀까
법원행정처 “윤 대통령 구속취소 상급심 판단 필요”
고심하는 심우정 총장 … 대검 지휘부 회의 검토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상급심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검찰이 기존 입장을 바꿔 항고에 나설지 주목된다. 대검찰청은 지휘부 회의를 검토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이날 지휘부 회의를 열고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기된 쟁점들에 대해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2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 출석해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의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일상적으로 구속이 이뤄지고 구속기간 산입 혹은 불산입 문제가 계속 대두되고 있고, 검찰에서도 재판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일수로 계산하겠다고 하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앞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 입장처럼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을 내리자 즉시항고 없이 석방을 지휘했던 검찰과 배치되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구속기간 산정 단위를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기간을 넘겨 기소가 이뤄졌다고 판단했고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 검찰과 공수처의 구속기간 분배 등과 관련한 명확한 법령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상급심 판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십년간 굳어진 날짜 단위 구속기간 산정 방식을 시간으로 바꾼 법원 판단에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면서도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등 구속취소와 유사한 제도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결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항고를 포기했다. 구속기간 산정방식 등에 대해선 본안 재판에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풀려나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 내에서도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즉시항고를 포기한 근거를 제시해 달라”, “일선 업무 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상급심 판단을 받아야 한다” 등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대검은 지난 11일 종전대로 구속기간을 날짜로 산정하라는 업무지시를 전달했다. 하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임시방편에 불과해 일선 현장의 혼란을 가라앉히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까지 상급심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은 더 난처한 상황이 됐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직접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적법절차에 따라 석방지휘를 했다고 밝혀놓고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아서다. 검찰은 또 즉시항고 대상은 보통항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 석방 후에도 항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검 관계자는 “내부 회의 일정은 현재 결정된 바 없고 확인해 줄 수 없으며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