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표심 관건인데…오세훈 메시지 ‘오락가락’

2025-03-13 13:00:47 게재

계엄반대·탄핵찬성에서 아스팔트 ‘기웃’

당내 경선 염두에 두고 극렬지지층 눈치

“신뢰 잃으면 중도확장성 제한” 지적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자칫 오 시장의 강점인 중도확장성을 잃으면 대선 가도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내일신문이 지난해 12. 3 비상계엄 이후 발언과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탄핵과 윤대통령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냉온탕을 오갔다.

12.3 계엄 직후 오 시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계엄에 반대하며 철회를 주장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뒤에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 가담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차례 탄핵 투표가 부결된 뒤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탄핵 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탄핵 찬성 주장을 이어갔다.

12일 서울 바이오 혁신포럼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이 ‘조기 대선’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극렬 지지층의 탄핵 반대 시위가 격렬해지자 메시지가 달라졌다. 대통령이 체포영장을 거부하고 지지층의 관저 앞 시위가 격화되자 “체포영장 발부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시위대를 옹호했다.

서부지방법원 폭력사태엔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파괴행위”라고 했지만 오래지 않아 “대통령 수사와 재판은 공정해야 한다”며 계엄을 일으킨 대통령 편을 들었다. 보수진영 최대 음모론인 부정선거론에도 슬쩍 발을 걸쳐 “부실 선거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선관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3월 2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메시지 혼선은 탄핵 심판이 가까워지자 더욱 심해졌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3월 3일)”며 통합 메시지를 내놨다가 윤대통령이 석방되자 오 시장은 “검찰총장을 탄핵한다는 민주당, 당신들이 진짜 내란 세력(3월 10일)”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헌재의 졸속 심판은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극렬 지지층에 다가갔다.

◆12월 3일, 국민적 공분 잊지 말아야 =

정치권에선 오 시장 발언을 두고 당내 경선을 염두엔 둔 어쩔 수 없는 행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강성 지지층에 부응하지 못하면 당의 후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상황이 이럴수록 중도확장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여당 지지층들은 아스팔트 여론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아닌 누가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 후보인가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금은 당심 때문에 조급하겠지만 탄핵 심판이 마무리되면 극렬 지지층 편에서 했던 발언들은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국민의 신뢰이고 신뢰는 일관성을 통해 확보된다”며 “오락가락 하는 메시지는 중도확장성을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중도층을 설득하려면 보다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특임교수는 “오 시장이 탄핵에 반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면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층 입장에선 오세훈 시장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 또다른 관계자는 “언뜻 강성 지지층만 보이지만 계엄 때문에 무너진 당의 재건을 원하는 다수 당원들 선택은 본선 경쟁력을 갖춘 후보로 기울 것”이라며 “당심에 기대기 보다 계엄에 공분을 느낀, 상식적인 국민 편에 선 메시지를 통해 정치인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입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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