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반탄 의원’ 80% 넘어…‘반탄 대선후보’ 세울 기세
탄핵 각하 탄원서 서명 82명 … 지도부 합치면 반탄 90명 육박
‘중·수·청’ 탄핵 찬성 높아 … “반탄 후보, 본선 경쟁력 우려”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동참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각하해달라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반탄(탄핵 반대) 의원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탄 기류가 여당을 뒤덮은 것이다. 이 흐름대로라면 윤 대통령 탄핵 인용 뒤 실시될 대선 경선에서도 ‘반탄 대선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당내 소수로 전락한 찬탄파(탄핵 찬성)는 “본선 경쟁력이 우려된다”는 논리로 맞선다.

12일 5선 나경원 의원이 주도한 탄핵 각하 탄원서에는 82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내란죄 철회를 불허하고, 대통령 탄핵 심판을 각하해 달라”고 촉구했다. 탄원서에 서명한 의원은 전체 의원 108명 중 82명이었지만,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핵심당직자들이 외부 시선을 의식해 서명에 빠진 점을 고려하면 반탄파 의원은 9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반탄파가 전체 의원의 80%대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4일 실시된 탄핵 표결에서 반대표는 85표였다. 지난달 28일 1차 탄원서에는 76명이 참여했다. 여당 내 반탄파가 줄기는커녕 늘어나는 추세로 해석된다.
여당 의원 62명은 지난 11일부터 헌재 앞에서 탄핵 기각·각하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도 벌이고 있다. 62명이 조를 짜 번갈아 가며 피켓 시위를 벌여 헌재를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거세지는 반탄 기류는 조만간 이뤄질 헌재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당내 80%를 넘는 압도적 반탄 기류는 대선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는 반탄파(김문수 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와 찬탄파(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로 나뉜다. 당내 고조된 반탄 기류는 ‘반탄 대선후보’를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 찬탄파로 꼽히는 여권 인사는 12일 “탄핵심판이 임박하면 탄핵인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당내 분위기가 바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탄 기류가 더 강해지는 모습”이라며 “대선 경선에서도 ‘찬탄 후보’는 용납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 경선에서 ‘반탄 후보’가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본선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갤럽(4~6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탄핵에 대한 입장을 조사한 결과 찬성 60%, 반대 35%로 나왔다. 대선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에서는 찬성이 더 높았다. 중도층(찬성 71%, 반대 22%), 서울(찬성 60%, 반대 35%), 경기·인천(찬성 66%, 반대 28%), 20대(찬성 66%, 반대 26%)는 탄핵인용을 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만약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을 통해 ‘반탄 후보’를 세울 경우 본선에서 불리한 표심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여권 인사는 “대선 본선 승패는 중수청이 좌우하는데, 탄핵 찬성 의견이 월등히 높은 중수청 앞에 ‘반탄 후보’를 내놓는 건 대선을 이기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여당이 ‘찬탄 후보’를 세워야 ‘윤석열 대 이재명’ 대결 구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