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의 중국 톺아보기
양회, 경제 총력전 선언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
중국의 이번 양회(전국정치협상 전체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는 5, 4, 2라는 세 숫자로 요약된다. 양회의 가장 중요한 토론 의제인 ‘정부공작보고’에서 2025년 경제사회정책 목표로 국내총생산(GDP)5% 성장, 재정 적자율 4%,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중국정부가 올해 경제 총력전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양회에서 제시된 5, 4, 2의 의미
2025년은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4차 5년규획(2021~2025)’의 마지막 해이자, 2023년에 세번째 연임을 한 시진핑 국가주석 임기(2023.3~2027.3)의 중간에 위치한 해다. 시진핑에게 일종의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는데 2025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2027~2028년의 권력교체기를 안정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 그만큼 올해 경제상황의 정치적 의미가 크다.
양회를 앞둔 시점에서 표면적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2024년 경제성장률 5%를 기록해 애초 제시했던 목표를 달성했다. 인공지능 분야 딥시크 등의 약진으로 중국이 미국의 대중 기술봉쇄를 돌파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세계 제조업의 강국 대열에 진입하고 10개의 선진·첨단 제조업의 국산화율을 제고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대부분 달성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 성과는 글로벌 공급사슬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태양광 산업과 수출 1위를 기록한 전기차 산업이다. 미국의 대중 기술봉쇄가 그 의도와 상반되게 중국의 기술자립을 촉진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중국정부가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2024년 2분기와 3분기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7%와 4.6%로 낮아져, 5%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다. 경기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은 2024년 9월 26일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적극적으로 내수 확대를 추구하는 정책기조를 제시했다.
미국이 금리인하 사이클에 들어갔다는 판단으로 돈을 푸는 정책을 택할 경우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전환이기도 했다. 4분기에 5.4%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으로 2024년 경제성장률이 가까스로 5%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는 내수 확대보다는 12월 10.7% 증가율을 기록한 수출의 기여가 컸다. 수출은 현재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영역이라는 점에서 중국 경제성장에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따라서 올해도 2024년과 같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전후로 제시한 것은 정치적 의지도 반영된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올해 성장목표를 4.5% 정도로 하향하면 목표 달성은 더 쉬워지겠지만 그로 인해 중국의 상황이 2024년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신호를 주게 되는 것은 원치 않은 듯하다.
5% 성장 목표의 달성은 2024년 4분기에 경제성장률이 다시 높아졌다는 점에서 비현실적 목표는 아니지만 작년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정부가 재정 적자율 목표를 2024년 3%에서 4%로 상향한 것은 돈을 더 풀어야만 작년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가상승률 목표도 3%에서 2%로 하향했다. 작년 물가상승률은 2023년과 마찬가지로 0.2%에 그쳤다. 이번에는 목표를 더 현실화하고자 했지만, 달성 여부는 매우 불확실하다. 즉 5%라는 낮지 않은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했지만, 재정 적자율 4%와 물가상승률 2%는 중국 자신이 그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정책 변화는 세 숫자 중 4로 표현되고 있다. 2024년과 비교하면 이번 ‘정부공작보고’에서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적당히 강화한다”는 서술을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한다”로 바꾸었다. 적자 규모는 5조 6600억위안(약 1122조원)에 달하는데, 여기에 각종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까지 합치면 실질적 적자 규모는 2024년 9조9600억위안을 훨씬 넘는 11조8600억 위안(약 2380조원)에 달한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도 오래 사용되던 “온건한 통화정책을 유연하고 적절하게 실시한다”는 서술을 “적절한 수준의 통화 완화 정책을 실시한다”로 바꾸었다. 중국정부로서는 그동안 아껴왔던 카드를 모두 들고 나온 셈이다.
2024년까지도 중국은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에서 일정한 여지를 남겨두고자 했다. 자신의 카드를 서둘러 사용하면 나중에 미국의 압박이 더 강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
통치 정당성 확보 위해 총력전 선언
그러나 이제는 미국도 대중압박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거의 소진했다. 관세인상 카드가 대중압박 수단으로 남아있지만 이미 대중관세가 꽤 높아져 있고 미국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대폭적인 추가 관세 인상이 쉽지 않다. 기술봉쇄의 강화는 더 어렵다. 중국으로서는 카드를 써야 할 이유가 커진 반면 아껴야 할 이유는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2025년 중국경제의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 대내적으로 통치정당성을 강화하는 데는 물론이고 대외관계, 특히 트럼프정부와의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해 경제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그에 따라 중국은 성공하면 큰 이익을 얻게 되지만 실패의 위험도 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총력전의 초점은 내수확대다. 이번 정부공작보고에서 2025년의 첫째 목표로 “전방위적으로 내수를 확대한다”를 제시했다. 이 역시 내수확대 관련 내용이 세번째로 등장했던 작년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재정정책과 금융정책도 강도가 강화될 뿐만 아니라 그 방식에서 내수확대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부채 해소로 중소기업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한 것, 지방정부의 주택이나 토지 매입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촉진하도록 한 것,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 지원 등이 그와 연관된 주요 지출 항목이다.
문제는 경제 총력전이 성공할 수 있는가이다. 전망은 아직 불분명하다. 최근 실물경제의 흐름도 상반된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3월 1일 발표에 따르면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월 49.1로 경기위축 국면(50.0이 기준)에 진입하는 듯하다가, 2월에는 50.2로 한달 만에 다시 경기확장 국면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양회가 한창 진행되던 3월 9일 발표된 1~2월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7% 하락했다. 2024년 1월 이후 처음 하락한 것이다. 1~2월 수출 증가율(달러 기준)도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에 머물렀다. 작년 5.9% 증가해 중국 경제성장에 큰 힘을 보탰던 상황과 차이가 있다.
시진핑이 민영기업 육성 의지 밝힌 이유
더 큰 문제는 내수부족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에만 의존해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내수부족은 시진핑체제 출범 이후 사회통제 강화가 초래한 민영경제의 위축과 관계가 깊다.
민영경제는 경제의 양적성장뿐 아니라 고용 등에 대한 기여가 크다. 첨단산업 육성만으로 메우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시진핑이 양회를 앞둔 2월 17일 정부와의 마찰을 겪은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마윈을 비롯, 딥시크의 량원핑 등 IT 및 과학 분야의 민영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민영경제 육성의 의지를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민영경제촉진법’ 제정을 위한 논의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의 시장이나 사회의 활력 제고로 이어질지가 2025년 중국의 변화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