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새 CEO 립부 탄, 위기 해결할까

2025-03-14 13:00:01 게재

반도체 베테랑 행보에 주목

제조·설계 분리냐 통합이냐

위기에 처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12일(현지시간) 새 최고경영자(CEO)로 반도체 업계 베테랑인 립부 탄(Lip-Bu Tan)을 공식 임명했다.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 전 대표의 전격 사퇴 이후 수개월간 이어진 리더십 공백이 마무리된 것이다.

새 수장 탄생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개장 후 인텔 주가는 11% 이상 갭상승으로 출발해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립부 탄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미국 기업 케이던스(Cadence)에서 CEO를 지낸 인물로, 인텔 이사회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8월 경영 방향에 대한 이견으로 자리를 떠난 바 있다.

인텔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 육성 전략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미국 내 칩 생산 역량 강화가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최근 몇 년간 인텔은 제조 공정의 기술 격차로 인해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Nvidia)와 AMD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며 인텔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또한, 칩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 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내부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탄이 이끄는 인텔의 향후 행보에 대해 업계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제조와 설계를 분리하는 구조조정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IDM 모델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인텔은 2024년 한해에만 영업손실이 약 116억8000만달러(약 16조원)에 달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분에서만 영업손실 약 134억달러(약 18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인텔은 경쟁사보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칩 설계 부문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할 처지다.

탄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과 제품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고객 중심의 경영과 신속한 의사 결정을 단행할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어려운 도전을 두려워한 적이 없다”면서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입장은 기존 인텔 경영진과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으로 평가돼 향후 인텔의 전략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탄은 2021년까지 12년간 케이던스를 이끌며 성공적인 경영을 보여준 경험이 있다. 또한, 그는 기술 투자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컨설팅 회사 테크인싸이트의 부회장인 G. 댄 허치슨은 탄이 “단호하고 현실적”이었다면서 “그의 임명은 인텔의 리더십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종식시켰다”고 호평했다. 다만 허치슨은 “칩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통합 반도체 제조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탄의 단점”이라는 지적도 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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