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하기관 이전 놓고 지역갈등 확산
GH 구리 이전 절차 중단 후
파주시 남양주시 유치 나서
광교주민은 “이전 철회” 요구
경기도가 최근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 구리시로의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이전 절차 중단을 발표한 후 지역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구리시는 계획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파주와 남양주시 등이 GH 본사 유치전에 나섰다. 반면 GH가 신사옥을 지어 입주한 광교신도시 주민들은 예산낭비 등을 이유로 이전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수원 광교신도시 주민들은 13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융합타운에 입주를 완료한 GH와 경기신용보증재단의 경기북부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고 경기도에 촉구했다.
이들은 “GH와 경기신보는 신사옥 건립에 365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각각 입주를 완료해 정상운영 중”이라며 “도가 4500억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해 경기북부로 이전을 강행하려 하고 있는데 이전 시 8000억원 넘는 혈세가 낭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오수 경기도의원은 이 자리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도민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인데도 경기도가 도민과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예산낭비이자 졸속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파주시 남양주시 등 경기북부 지자체들은 GH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파주시가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 평화경제특구 등 대형 프로젝트에 GH가 공동으로 참여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GH 유치 의사를 밝혔다. 구리와 인접한 남양주시는 “구리시가 서울 편입을 추진하면서 GH 이전 명분이 사라졌다”며 GH 다산신도시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남양주시의회는 지난 10일 ‘GH 북부 이전지 재검토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가 소재한 의정부시도 GH 이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시는 서울 편입은 정책연구 차원이라며 예정대로 GH가 구리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편입과 GH 이전 모두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구리시의회가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긴급현안질문을 위해 백경현 시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백 시장이 휴가 등의 이유로 불출석해 본회의가 파행하는 등 지역 내 갈등도 커지고 있다.
경기북부 한 지자체 관계자는 “GH 구리시 이전이 백지화될 경우 북부 지자체 대부분이 다시 유치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GH 이전 예정지인 구리시의 서울 편입을 이유로 이전 절차를 중단한 것처럼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산하기관 북부 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부로 이전한 산하기관들이 향후 경기북도가 설치되면 다시 남부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이오수 경기도의원은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은 공공기관 몇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지역 산업 활성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럴 바에는 북부에 분서를 설치하고 북부특별자치도 출범 시 본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구리시 서울 편입 추진에 따른 GH 이전 절차 중단 이후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