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시행, 자녀동반 출퇴근 가능
일·생활균형 우수 중소기업
근로시간 줄어도 매출 늘어
반려동물 사망시 유급휴가
전남 장성에 소재한 건축자재 제조기업 제이엔티는 최근 사업이 확대되면서 거래처와 빠른 대응이 필요했다. 일이 늘어났지만 직원들 업무만족도를 떨어뜨리지 않아야 했다.
회사는 고심 끝에 재택근무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직원별 상황에 맞게 근무여건을 효율적으로 선택하게 한 것이다. 유연근무 외에도 매월 1시간 조기퇴근, 생일 조기퇴근 등도 시행했다.
처음엔 우려가 컸다. 직원 22명에 불과한 작은기업에서 쉽지 않는 결정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매출이 30% 증가했다. 고용률도 15% 늘었다.
신승관 대표는 “기업 발전을 위해서는 직원역량이 높아져야 한다”며 “직원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기 위한 해답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일·생활균형’(워라벨)을 추구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입을 꺼려할 때 이들은 과감히 워라벨을 도입했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오영주)는 일·생활균형을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2024년 대한민국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사례집’이다. 사례집은 203개 중소기업이 운영 중인 유연근무, 임신·육아 근로자 지원, 휴가제도 등 일·생활균형 활용 사례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규모·지역·업종별 25개 기업의 생생한 이야기를 수록했다.
중기부는 “사례집은 단편적인 제도의 소개보다 일·생활균형 제도가 노사 공동의 고민 해결책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경영진이나 인사담당자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항해통신시스템 전문기업 씨넷(직원 91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방법을 일·생활균형에서 찾았다.
엔지니어를 포함한 다양한 직군에서 유연근무를 활용해 업무의 시·공간 제약을 없앴다. 육아휴직 통합신청프로그램으로 육아휴직 외 출산휴가, 근로시간 단축, 육아기 재택근무 등을 한번에 신청할 수 있다. 출산이나 입학 등 각종 축하금과 육아지원정보 공유도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류윤기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때 회사도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전했다.
친환경 필터소재 개발·제조기업 뉴라이즌 임직원 40명은 주 4일만 근무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모두 출근한다. 나머지는 각자 일정에 따라 선택해 일한다. 2023년부터는 모든 직원이 자율근무제를 이용하고 있다.
뉴라이즌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0.9시간이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보다 21시간 적게 일한다. 하루 두차례 10분씩 의무적으로 쉬는 ‘피카타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 휴식을 위해 사내 휴게실엔 안마의자 7대를 들여놓았다. 3년 근속 시 3일 재충전 휴가를 부여하고 휴가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10명이 근속휴가를 받았다.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1일 유급휴가를 준다.
직원들은 업무집중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이 3년 전과 비교해 80% 이상 올랐고 고용도 50% 늘어났다.
정보통신업 아이와즈(직원 32명)는 집중근무시간 이외에는 별도 신청이나 승인 없이 자유롭게 출퇴근하도록 한다. 그룹웨어와 업무공유시스템를 통해 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예외 상황에서 자녀 또는 반려동물과 동반 출퇴근할 수 있는 ‘자녀동반 출퇴근제’로 심리적 안정감과 업무집중력을 높였다.
양중식 대표는 “정보기술(IT)기업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직원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