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특허소송 대한전선에 1·2심 승소
2심, 배상액 1심보다 3배 많은 “15억원 배상”
호반, LS 지분 3% 매수 … 그룹 다툼으로 확전
LS전선이 5년 7개월 동안 이어진 대한전선과의 버스덕트(대용량 전력 배전 시스템) 특허침해 소송 2심에서 이겼다. 2019년 8월 시작된 소송에서 2022년 1심에 이은 승소다.
이에 대한전선의 모회사인 호반그룹이 LS(주)의 지분매수에 나서면서 두 회사 간 갈등은 그룹간 다툼으로 확전하며 장기화할 전망이다.
특허법원 특허합의24부(우성엽 부장판사)는 13일 LS전선과 대한전선 간 특허침해 항소심 판결에서 “대한전선은 LS전선에 1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9월에 나온 1심 배상금액 4억9000만원보다 3배 늘었다.
◆LS전선, 버스덕트 소송 승소 = 버스덕트 특허소송은 LS전선의 기술유출 의혹 제기로부터 시작됐다. LS전선은 자사의 하청업체에서 ‘조인트 키트’ 외주 제작을 맡았던 한 직원이 2011년 대한전선으로 이직한 뒤 대한전선이 유사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조인트 키트는 개별 ‘버스덕트’를 연결해 전류 흐름을 유지하는 부품이다. 이에 대한전선은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으며 자체 기술력 만으로 제품을 생산했다고 맞섰다.
2심 판결이 나오자 양사는 입장문을 통해 법정 밖 공방을 이어갔다. LS전선은 “기술력과 권리를 인정한 중요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탈취 및 침해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설계를 변경한 조인트 키트를 수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만큼 영업 및 사업에 주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특허법의 과제해결원리와 작용효과의 동일성 등에 대한 판단과 손해배상액의 산정 등에 문제가 있어 향후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버스덕트는 전력 소비가 많은 발전소 변전소 대형빌딩 공장 등의 전기실에 설치·사용된다. 조인트 키트는 버스덕트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장 등으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현재 알려진 국내 버스덕트 시장은 대략 2500억~3000억원 규모다. LS전선이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로 절대 강자다. 대한전선 외에 한광전기공업과 광명전기 등 4~5개 중소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LS지분 3% 산 호반, 그룹전으로 확전되나 = 두 회사의 법정 다툼이 ‘그룹 대 그룹’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을 앞둔 12일 대한전선의 모회사인 호반그룹이 LS전선의 모회사인 LS의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지분은 5% 미만으로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업계는 3%대로 관측하고 있다. 호반측은 “단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호반그룹의 대한전선은 LS전선이 1조원 가까이 투자한 해저케이블 기술탈취 의혹도 받고 있어서다.
상법은 ‘지분 3% 이상을 확보한 주주는 기업의 장부·서류 열람 및 주주총회 소집 청구 등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는 회사 경영진에 대한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의 전제절차로서 증거 수집에 활용되거나 경영권 분쟁 등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호반그룹의 지분인수는 처음이 아니다. 2022년 호반건설을 통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17.43%를 6839억원에 인수하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이력도 있다.
LS는 코스피 상장사로 지난해 12월말 기준 비상장 자회사인 LS전선 지분 92.3%를 소유하고 있다. LS는 2003년 LG그룹에서 독립한 후 구자열 이사회 의장 1.87%와 그의 친인척 43명이 지분 32.15% 가량을 나눠 가진 구씨 일가 집단 지배체제다. 자사주 15%와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제외하면 시장에 52% 가량 주식이 유통 중이다. LS는 지난해 사상최대 매출 27조5447억원과 영업이익 1조733억원을 냈다. 첫 영업이익 1조원 돌파였다.
◆LS전선, 해저케이블 1조원 소송갈까 = 두 회사는 이번 소송 외에도 2018년 기아 화성공장 정전사고 관련 손해배상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부는 2심까지 LS전선의 단독 책임으로 LS전선이 기아에 72억84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LS전선은 대한전선과 공동 책임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 두 회사는 LS전선의 동해공장 설계기술 유출 건을 놓고도 갈등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6월 대한전선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LS전선의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1~4동) 구조와 설비배치 등을 빼낸 것으로 보고 대한전선을 세 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은 조만간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혐의를 따져본 뒤 올 상반기 중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LS전선이 해저케이블 기술개발에 1조원 가량을 투입한 만큼 대한전선의 기술탈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조 단위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