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홈플러스 인수로 1조원 이상 수수료 챙겨”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및 자구책 마련 필요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 후폭풍이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정작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지난 10년간 약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사모펀드의 수익에 대해서 그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공시 의무가 없어 주주 구성 확인이 불가능하고, 투자활동 영역에 대한 제약도 없다, 의사결정 과정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사모펀드 투명성에 대한 우려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사모펀드의 제도 개선 및 홈플러스 회생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평균 1000억원 넘는 성과보수 추정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 인수를 포함한 3호 블라인드펀드 운용에서만 성과보수로 5억3000만달러(약 7695억원), 운용보수 2억5000만달러(약 3630억원)을 받아 총 보수는 1조13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균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운용 보수는 펀드가 청산되지 않아 지금도 정기적으로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 3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인수금융(차입금)과 홈플러스의 기존 부채를 포함한 전체 인수 비용 7조2000억원 가운데 44%에 이르는 액수다. 3호 블라인드펀드가 사실상 홈플러스 인수의 종잣돈이 된 셈이다.
3호 펀드는 홈플러스 외에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두산공작기계, 네파, 대성산업가스, 일본의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 홍콩브로드밴드네트워크(HKBN) 등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데도 활용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호 블라인드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이 28%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IRR은 초기 투자 비용과 이후 투자자금의 흐름을 고려한 예상 수익률이다. 홈플러스와 네파의 손실이 확정된다 해도 3호 블라인드 펀드의 전체 IRR은 최소한 15%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 실패 책임 회피하며 수수료만 먹튀 = 홈플러스가 MBK의 경영 실패로 핵심 점포가 매각되고 손실이 누적되는 와중에도 정작 MBK는 관련 펀드 운용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기고 있었던 상황이 드러나면서 시장에서는 MBK가 지금이라도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K가 진정 홈플러스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3호 블라인드펀드로부터 받은 보수 일부를 내놓는 등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전일 진행된 집회에서 김병주 MBK 회장을 겨냥해 “자구책 마련은 뒷전이고 서둘러 회생 신청을 해 부채를 단번에 털고 ‘먹튀 행각’을 벌이려던 것”이라고 일갈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홈플러스의 자력 회생이 쉽지 않은데 MBK는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납품기업과 금융기관, 임직원, 점주 등 우리 국민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외부의 긴급 자금 수혈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이번 사태를 초래한 MBK의 그 실마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임직원 급여로 매달 560억원, 외부 임대매장에 대한 매출 정산액으로 월 500억~700억원이 소요된다. 홈플러스가 매달 거두는 2000억~3000억원대 매출로는 이를 돌려막기가 빠듯한 상황이다.
◆사모펀드 규제, 감사 강화해야 = 한편 금감원은 13일 오후 홈플러스 회생 신청 관련 CP 등의 인수 증권사인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평사 2곳에 대해 검사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등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모펀드에 대한 검사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 신고 방식이 사전 신고에서 사후 신고로 변경되면서, 사실상 사모펀드는 감독 사각지대에 놓였다. 운영상 공시 의무가 없어 주주 구성 확인이 불가능하고, 투자활동 영역에 대한 제약도 없다. 때문에 사모펀드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 시장에서 조차 지적되어 온 문제다.
우리 법은 기본적으로 금융지주회사법 및 은행법을 통해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하고, 산업 경영 과정에서는 투명성을 요구해 왔는데 여기서 예외대상인 사모펀드는 경영 투명성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구조가 베일에 가려질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사모펀드 정관 자체가 공개의 대상이 아니므로 정관기재사항 중 일부(사원의 출자가액, 유한책임사원의 인적 정보)는 공개에서 누락된 점 등에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가 인수 후 막대한 이익을 거뒀지만, 지역별 입지가 좋은 점포들을 매각하고 있다”며 “회사가 경영 효율화 과정에서 지점을 매각하고 직원을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도 결정 과정을 공개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는 투자활동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공격적인 기업 인수에 나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사모펀드 및 차입매수(LBO)방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차입매수 방식과 배당정책 등 사모펀드의 운영 방식 전반에 시장의 신뢰를 흔들었다”며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 및 금융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