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연구진, 체심입방구조 역할 규명

2025-03-16 01:40:11 게재

차세대 극한 환경용 금속 설계 기대

액체 질소에 담긴 꽃이 산산조각 나는 실험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가 내려갈수록 쉽게 깨지고, 더 취약해진다. 하지만, 일부 금속 합금은 반대로 더 강해지는 현상을 보이는데,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그 원리를 밝혀냈다.

우주선과 심해 잠수정 등 극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장비에는 극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특수 금속이 필요하다. 여러 금속 원소를 혼합해 만든 ‘다원소 합금’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는데, 이는 특정한 원자 배열인 ‘면심입방구조(FCC)’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OSTECH 연구팀은 일본 J-PARC(양성자 가속기 연구소)와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실시간 중성자 회절’ 기술을 이용해 금속 합금 내부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알루미늄(Al)과 코발트(Co), 니켈(Ni), 바나듐(V)으로 구성된 합금에서 FCC뿐만 아니라 ‘체심입방구조(BCC)’도 극저온에서의 강도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FCC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원자 배열이 변화하면서 강도가 높아진다. 반면, BCC는 미끄러짐을 방해하는 힘(Peierls-Nabarro barrier)을 통해 금속의 강도를 높인다. 연구팀은 BCC의 미끄러짐 저항이 온도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 온도 민감성이 극저온에서 더 효과적으로 작용해 금속이 강해지는 원리를 규명했다. 지금까지는 극저온에서 FCC의 변형이 더욱 뚜렷하게 관찰되어 FCC가 주된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BCC의 온도 의존성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김형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해 탐사 장비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사용될 차세대 금속 소재 개발 연구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화성 탐사와 달 기지 건설과 같은 우주 산업과 알래스카에 신설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온도에 민감한 BCC 비율을 조절하면 다양한 온도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는 맞춤형 합금 설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신소재공학과·친환경소재대학원 김형섭 교수, 통합과정 구강희 씨, 친환경소재대학원 허윤욱 · 조중욱 교수팀이 일본 J-PARC 스테파누스 하르조·우공 박사 연구팀과 함께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금속 소재 공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Materials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형섭 교수와 함께 연구를 주도한 포항공과대학교 통합과정 구강희씨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진하는 학문후속세대 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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