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미 국무 “상호관세 후 양자협상”
새 무역정책 방향 시사
한미FTA도 영향받을 듯
미국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한 후 새로운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방침이 실제로 적용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개정되거나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준선(baseline)을 재설정하고 이후 국가들과 잠재적인 양자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야 우리의 무역이 공정해질 수 있다”며 “새로운 기준선은 공정성과 상호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특히 “유럽연합(EU)은 미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하며 저임금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기존 무역구조를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수정하기 위한 새로운 무역협정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두 가지”라며 “첫째, 알루미늄, 철강, 반도체 , 자동차 제조 등 핵심 산업을 보호하고,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관세를 상대국에도 적용하는 것”이라며 “공정성과 상호성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아 양자 협상을 통해 새로운 무역협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왜 이들 국가가 이것(상호관세)을 좋아하지 않는지 이해한다. 왜냐하면 무역의 현 상태(status quo)가 그들에게 좋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현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상태를 설정할 것이고, 그들이 원한다면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 되기 전인 1980년대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왔다”며 “이런 일(새로운 무역협정)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내달 2일부터 상호관세를 적용한 후 무역 상대국과 새로운 협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한국도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한미 FTA는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2018년 한 차례 개정된 바 있다. 이번 정책 변화에 따라 또 개정되거나, 기존 협정을 대체하는 새로운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내세울 근거와 요구 사항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이 기존 한미 FTA 체제에서 어느 정도의 변화 압박을 받을지는 미국의 관세 부과 내용과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 과정의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현재 미국의 정책 방향은 공정성과 상호성 강화에 맞춰져 있다.
이는 상대국에도 동일한 수준의 조건을 요구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