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연금개혁안 두고 여당 내부서 진통
여름 참의원 선거 앞두고 자민당내 우려 목소리
기초연금 인상·고소득 근로자 보험료 인상 담아
최근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제도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연금개혁을 놓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매 5년마다 연금재정 상태와 중장기 거시경제 전망에 기초해 연금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해 제도개혁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올해가 법을 개정하는 해이다.
◆자민당, 연금 건드렸다 선거에서 참패한 기억 =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 16일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장관에게 이번 정기국회 안에 연금개혁안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지난 주까지 법안을 제출하려고 했지만, 자민당 내부에서 일부 이견이 있어 아직까지 국회로 넘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법안은 핵심적인 개혁안이 포함됐기 때문에 후생노동성이 관련 당사자의 이해를 얻도록 작업을 진행시켜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총리 지시에도 자민당내 이견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내부에서 올 여름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부 연금개혁안에 대해 신중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 연금개혁안은 △기초국민연금 수급액 상향 △고소득 근로자 보험료 인상 △여성 및 고령자 가입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문제는 기초연금의 상향을 위해 상대적 고소득자의 보험료 인상과 연금수급액 억제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 개혁안에는 상여금을 제외한 연간 급여가 798만엔(약 7750만원) 이상인 상대적 고소득 근로자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후생연금 급여를 억제하기 위한 제도를 당초 2026년 종료하기로 했던 데서 2036년까지 연장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던 연금 감액 기간이 더 연장된다는 의미여서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자민당이 연금개혁에 주저하는 데는 선거에서 졌던 경험 등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국민생활과 직결된 연금개혁은 자민당으로서는 꺼리고 싶은 주제”라며 “개혁으로 ‘사라진 연금’이라고 불렸던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1차 아베정권 붕괴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5년마다 연금개혁 의무화 = 일본은 매 5년마다 연금재정 상태와 거시경제 전망 등을 통해 추계한 것에 기초해 연금제도를 개혁하도록 법제화했다. 이른바 ‘100년 지속가능한 연금’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연금보험료를 내는 현역 세대는 저출생으로 감소하는 데, 연금을 수급하는 고령자는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
이번 개혁안도 연금재정을 안정적을 가져가면서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위한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자영업자와 중소규모 사업장 근로자가 가입한 국민기초연금은 최고 월 6만8000엔(약 66만원)에 불과하다. 공무원과 근로자 등이 가입한 후생연금과 연금 수급액 격차가 커 이를 시정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밑바탕에는 연금 급여액을 자동조정하는 장치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연금지급액은 물가와 임금변동률 및 거시경제 전망 등을 고려한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적용해 결정한다.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 도입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자동조정장치’의 개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월 말 발표한 올해 공적연금 지급액 기준에서 지난해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에 기초해 연금지급액을 전년 대비 1.9% 인상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두해 연속 같은 방식에 따라 연금수급액이 0.4% 감소하기도 했다.
연금수급액이 줄어들기도 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2004년이다. 후생노동성은 홈페이지에 이 제도와 관련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의 확립을 위해서”라며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한 보장기능의 강화를 위해 물가와 임금변동률, 거시경제슬라이드를 통한 연금액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이번 정부 개혁안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도 논란이다. 일본의 기초연금은 절반을 국가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개혁안대로 기초연금 수급액을 인상하면 최대 연간 2조6000억엔(약 25조원)의 재원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는 추산이다. 이에 대해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여당이 기초연금 수급액 상향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조속히 제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편 올해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시바 총리가 당내 초선의원을 총리 관저로 불러 회식을 하면서 10만엔 상당의 상품권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감정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아사히신문 조사에 따르면, 이시바내각 지지율은 26%로 전달보다 12%p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이시바 총리 얼굴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