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규모 202조…1년 만에 30조 가까이 줄어
작년 하반기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4.5조 정리
PF 부실비율 10.33%, 전분기말 대비 0.92%p↓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 규모가 202조원으로 1년 사이에 3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부실비율도 하락했다.
19일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금융권 PF대출과 연체율 현황 등을 공개했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총 PF 익스포져는 202조3000억원으로 전년말(231조1000억원) 대비 28조8000억원(12.5%) 감소했다. PF 익스포져는 PF성 대출(PF대출+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 익스포져를 합친 규모다.
업권별로 보면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권의 감소 규모가 12조6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저축은행 8조20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 6조8000억원, 보험사 3조8000억원, 은행 7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증권사는 3조2000억원 증가했다.
PF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결과 유의(C등급)·부실우려(D등급) 여신은 19조2000억원으로 전분기(22조9000억원) 대비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말까지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의 30.9%인 6조5000억원을 정리·재구조화 했다”며 “경공매, 수의계약 및 상각 등을 통해 4조5000억원을 정리하고, 신규자금 공급 및 자금구조 개편 등을 통해 2조원 가량을 재구조화했다”고 밝혔다.
업권별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여신 규모는 상호금융권이 9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저축은행(3조6000억원), 증권사(3조40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2조1000억원), 보험사(6000억원), 은행(4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PF 부실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33%로 전분기말(11.25%) 대비 0.92%p 하락했다. 부실비율은 저축은행이 27.28%로 가장 높고, 상호금융권(20.41%), 증권사(14.87%), 여신전문금융회사(8.76%), 보험사(1.59%), 은행(0.67%) 순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업권은 부실PF 사업장의 정리·재구조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올해 1월 경·공매를 위한 정보공개 플랫폼을 구축했고 매물정보 확대를 통해 시장 내 자율매각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현재 14개 사업장(5000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매각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달 26일에는 시장 참여자가 희망하는 물건을 선별해서 ‘맞춤형 매각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중·대형 사업장(대출약정액 500억원 이상)에 대해서는 대리금융기관 면담 등 사업장별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11개 사업장(1조3000억원)에 대한 매매계약 체결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개선된 사업성평가 기준에 근거해 상당 규모의 정리·재구조화가 신속하게 이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2개 분기 연속 연체율이 하락한 것은 부동산 PF 연착륙 측면에서 유의미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장부터 우선적으로 정리되고,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정리·재구조화 이행속도가 둔화되고 연체율 반등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사업장의 경우 사업비에서 토지비 비중이 낮아서 낮은 가격에 토지를 매입하더라도 증가된 공사비를 감안하면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신속한 정리가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금융당국은 “재구조화·정리를 완료한 여신 6조5000억원 중 주거 사업장 여신은 3조7000억원으로 향후 약 4만7000호의 주택공급 촉진 효과가 기대된다”며 “잔여 사업장의 정리 등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추가로 약 9만2000호의 주택공급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정리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저축은행 등 금융업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