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헌재 결정 존중”…자신은 20일째 무시
‘헌재 압박 말라’더니 장외 시위 외압
국민 뒷목 잡게 하는 정치권 이중행태
탄핵정국에서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의 이중 행태가 논란이다. 내란사건의 당사자는 놔두고 피해자격인 국민에게 ‘승복’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헌재의 중요 결정을 앞두고 탄핵 찬반 양측 간 갈등이 격화하며, 돌발 사고와 물리적 충돌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어떠한 결정에도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 주실 것을 국민들께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뒤 있을 수 있는 극단적 혼란을 막기 위해 헌재 결정 내용을 수용해 승복해 달라는 대국민 메시지인데, 정작 최 대행 본인은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는 ‘위헌적 행동’을 20일째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는 것은 국회 권한 침해’라며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으로 마 후보자를 재판관에 임명해야 하는데 최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을 거부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 수호의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이 앞장서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본인은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결과를 따를 것을 요청하는 것이 호소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헌재 결정 승복’을 요구하는 것도 비판을 받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며 야당도 승복 입장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18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계엄으로 탄핵이 진행되고 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니 승복하겠다고 한 거 아니냐”며 “야당이나 국민은 일종의 피해자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너네도 입장 발표하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외압 주장도 정치권의 앞뒤가 다른 대표적 행태다. 민주당 등 야당은 광화문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헌재가 빠른 시간 안에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매일 국회와 광화문을 오가는 도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내전 상태로 몰아넣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하면서도, 개별 의원들의 헌재 앞 릴레이 시위에 대해서는 ‘각자의 소신과 판단’이라며 참여를 막지 않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헌재를 쳐부수자고 선동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승복을 강요하고 여론전을 통한 노골적인 정치적 압박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주도로 반복되고 있는 공직자 탄핵→ 기각도 도마 위에 오른다. 민주당은 감사원장·서울중앙지검장·박성제 법무장관·한덕수 총리 등을 잇따라 탄핵했고,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습관성 탄핵으로 혼란을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여권에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다며 추가 탄핵추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