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안티모니’ 국가핵심기술 지정 촉각
산업부 이달 중 결론 도출 … 생산 기술 없는 영풍·MBK측 의견 청취 의문
글로벌 무역전쟁과 중국의 수출통제 여파로 전략광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고려아연 ‘안티모니’ 제조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여부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티모니는 방위산업 항공우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폭넓게 쓰이는 핵심소재로 국내에서는 고려아연이 유일하게 생산 기술력을 갖췄다. 일각에서는 전략광물 공급망 중요성과 중국의 수출통제와 가격통제 등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문위원회가 이달 중으로 고려아연 격막전해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제조기술 등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둘러싼 결론을 도출한다.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한지 4개월여 만이다.
국가핵심기술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산업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과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이다. 산업기술보호법에 의거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상대로 해외 M&A, 합작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면 산업부 장관 승인을 거쳐야 한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전략광물인 안티모니 제조기술과 독자적인 아연 제련기술인 적철석(헤마타이트) 공법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건의서를 산업부에 제출했다. 고려아연 안티모니 생산기술은 종래 건식 제련법과 달리 습식 공법을 적용한 덕분에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경제성과 효율성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대비 제조원가를 40% 절감하고도 순도가 높은 안티모니를 제조할 수 있다. 특히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대부분 기업들이 안티모니 정광(광석) 등에서 전략광물을 추출하는 데 반해 고려아연은 기타 다른 광물로부터 안티모니를 추출해, 중국 수출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안티모니 대부분이 비자유진영 국가들에서 생산된다는 점도 자유진영 공급망 차원에서 의미가 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신청한 ‘국가핵심기술’ 심사과정에서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측이 해당 기술에 대해 비철업계 관계자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심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영풍·MBK측은 지난해 고려아연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을 당시만 해도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오히려 국익 차원에서 더욱 중요한 전략광물 안티모니 제조기술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의구심을 낳고 있다.
영풍측은 정부 요청에 따라 기술적 관점에서 의견서를 제출했을뿐 의도적인 ‘방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은 제도 본래 취지에 맞게 국가대표 기술을 선정하는 엄격한 요건에 따라 심사해 지정해야 한다”며 “이번 신청은 영풍-MBK 연합 경영권 취득에 대한 새로운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목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풍은 안티모니 추출 및 생산 기술이 없다는 점에서 의견 청취 여부가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10여명 관련 학계 인사로 구성된 산업부 산하 전문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결론을 낼 예정이다. 수차례 심의를 거쳐 마지막 결론만 남은 상황이지만 현재까진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위 관계자는 “현재 최종 결론을 내리는 마지막 회의만 남은 상황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이달안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 기업 이해관계에 관계없이 기술 독보성과 가치, 산업 영향력 등 기술 그 자체만 보고 평가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경제 산업계에서는 국가 자원안보와 공급망 강화 관점에서 고려아연 안티모니 제조기술을 당국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안티모니 생산국은 중국으로 미국 지질조사국(USGS)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글로벌 안티모니 생산량의 절반인 약 8만3000톤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 압력에 맞대응하는 취지에서 중국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수출허가 절차를 추가하는 등 수출통제를 단행하자 시세가 급등했다. 작년 1월 1톤당 1만3300달러였던 안티모니 가격은 올 2월 6만2000달러로 1년새 5배 가까이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기술은 전략광물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해외로 기술 유출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며 “최근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당국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결단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