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도, 경찰도…헌재 침묵에 “지친다”

2025-03-20 13:00:21 게재

“군대를 국회에 넣었는데…” 즉각파면 촉구 잇따라

휴일 없는 경찰 “이제 한계” … 윤 지지층 기대고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재차 늦출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국 장기화에 따른 시민과 경찰 모두 피로도가 한계에 달해 가는 모습이다.

◆소추 100일 “헌법파괴 장기 방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19일에도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기일 발표를 하지 않자 20일 언론공지를 통해 “탄핵을 둘러싼 사회적인 혼란과 시민들의 피로가 커져가는 가운데, 파면이 너무나도 명백한 이번 사안을 두고 3주 넘게 시간을 끌고 있는 헌재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피로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이번 주를 넘기지 말고 윤석열을 당장 내일이라도 파면하라는 주권자들의 명령을 헌법재판소에 전달하고, 만약 이번 주에도 파면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주말에 200만명의 시민들이 다시 한번 모여줄 것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오늘 광화문 농성장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여온 비상행동 공동의장 2명은 단식 12일째인 이날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20일에도 비상행동을 비롯해 헌재의 즉각선고를 촉구하는 단체들의 회견이 잇따른다.

이날 오전에는 전국대학생 시국회의가 ‘만장일치 파면’을 촉구하며 경복궁역 서십자각터에서 헌재 앞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총파업·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연다.

일반 시민들도 피로를 호소했다.

경기도에 거주중인 40대 직장인 임 모씨는 “(대통령이) 군대를 국회에 넣었는데 이게 뭘 숙고할 사안인지 모르겠다”며 “헌재가 좌고우면 하지 말고 원칙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5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석 달째 일상 회복이 안 돼 지친다”며 “너무 빤한 문제인데 헌재가 빨리 결론을 내려서 상황을 정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로누적, 시위대응 집중력 저하 우려” = 헌재 주변과 종로·중구 일대에 기동대를 배치 중인 경찰도 피로도가 위험수위라는 반응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20일 “극렬 시위대가 차벽을 넘는 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며 “고정적으로 매일 10개 이상의 부대가 현장에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 배치된 경찰이 휴일 없이 석 달째 근무를 이어가면서 피로가 이제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선고가 한정 없이 늦어지면 과로사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서울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찰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113.7시간으로 집계됐다. ‘12.3 내란’ 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 당시 80시간에 비해 33.7시간 늘어났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기동대의 피로가 누적되면 시위 대응의 집중도도 떨어질 수 있다”며 “시위대와의 감정적인 앙금까지 쌓인 상황에서 자칫 날선 조치가 이뤄질 경우 폭력시위가 오히려 심화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탄핵에 반대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의 선고지연으로 기각·각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심 선고, 4월 일부 헌법재판관의 퇴임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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