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엔지니어링 회생절차 개시

2025-03-20 13:00:03 게재

2023년 기준 부채비율 468.3%

회생계획안 6월 20일까지 제출

벽산엔지니어링의 회생절차(법정관리)가 개시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16부(원용일 부장판사)는 19일 벽산엔지니어링의 회생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6월 20일까지다.

벽산엔지니어링은 지난 4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해당 재판부는 지난 6일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있을 때까지 벽산엔지니어링 재산 일체에 대해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공고했다.

재판부는 지난 12일 대표자 심문절차로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고, 이날 벽산엔지니어링의 회생 가능성을 고려해 개시 결정했다. 재판부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하면서 관리인을 따로 선임하지 않았다. 이에 김도형 대표가 법원 관리인으로서 회사 경영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벽산엔지니어링은 4월 2일까지 채권자 목록을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해야 한다. 채권자들은 4월 17일 채권자 권리신고를 해야 하는데, 회사가 작성한 채권자 목록에 포함된 경우 별도의 채권자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채권 조사 기한은 5월 2일까지다.

벽산엔지니어링이 조사위원인 삼화회계법인이 작성한 조사보고서를 기초로 회생계획안을 마련·제출하면 재판부는 관계인(채권자)집회를 열어 회생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조사위원으로 선정된 삼화회계법인은 벽산엔지니어링 재무상태 등을 조사해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평가를 담은 조사보고서를 벽산엔지니어링의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에 앞선 5월 16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벽산엔지니어링은 아파트 브랜드 ‘벽산블루밍’을 보유한 시공능령 평가 180위의 중견 건설사다. 벽산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242.7%에서 2022년에는 527.0%, 2023년 468.3%의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보통 건설업종은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수준으로 보는데 이보다 두배 이상 높고, 지난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동아건설 428.8%보다도 높았다.

벽산엔지니어링은 지난 2021년 주택 경기가 악화되자 주택 수주대신 석유, 가스 등 플랜트 사업에 집중했다. 지난해 11월 부산 구포강변뷰 지역주택조합사업 시공사로 선정돼 공동주택 350가구 및 오피스텔 22실 규모의 ‘구포 벽산블루밍’(가칭) 착공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벽산엔지니어링은 채무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법원의 관리를 받게 됐다. 벽산엔지니어링은 법원에 낸 회생신청서에서 “화공 설계·조달·시공(EPC) 및 해외 시공 프로젝트 부분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자금 조달 및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졌다”고 신청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벽산파워 등에 대한 지급보증채무의 현실화 우려 등으로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벽산파워는 벽산엔지니어링의 전력사업 부문이 분할해 지난 2009년 설립한 에너지 및 철도 분야 전문기업으로, 벽산엔지니어링과 함께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다.

앞서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벽산엔지니어링 신용등급을 ‘BB+ 부정적’에서 ‘D’로, 벽산파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 안정적’에서 ‘D’로 각각 낮췄다.

한편 올들어 시공능력 평가 50~200위권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줄줄이 회생절차 신청에 나서고 있다. 1월 신동아건설(58위)과 대저건설(103위)에 이어 2월에는 삼부토건(71위),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16위), 삼정이앤시(122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3월에는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이 법원에 회사를 관리해 달라고 신청했다.

업계는 앞으로도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건설경기 대책을 기대하고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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