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경고… “진실은 값비싸고, 허구는 싸다”
유발 하라리 교수 방한 간담회
“자유 언론과 독립된 법원 중요”
“인공지능(AI)은 스스로 결정을 합니다. 도구가 아니라 행위의 주체자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과학기술 혁명과도 다르다는 얘기죠. 그런데 AI 혁명의 가장 중심에는 신뢰의 역설이 존재합니다. AI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가 등을 만나면 좀 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는데 다른 인간 경쟁자들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말을 합니다. 개발 경주에서 이기지 못하면 상대방이 세계를 통치할 거라고 말하죠. 그런데 그들은 인간은 믿지 못하지만 AI는 믿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신뢰의 역설이죠. 이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에서 기반해 AI를 학습시키고 교육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태어난 AI를 우리가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게 됩니다.”

20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유발 하라리 교수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 ‘넥서스, AI와의 공존은 가능한가? AI의 의미와 본질, 그리고 미래’에서 유발 하라리 교수의 일성이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넥서스’ 등으로 우리 시대 중요한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이날 한국의 12.3 내란사태 및 민주주의에 대해 말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북한 상황인 줄 알았다”면서 “그렇지만 남한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많은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민주주의 역사에서 봤을 때 늘 있어온 문제”라면서 “민주주의는 누군가에게 권력을 줄 때 제한된 시간에만 가질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데 권력을 잡은 정당이나 인물이 권력을 돌려주기 싫으면 비민주적인 방법을 써보자는 유혹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비민주적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견제 장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견제 장치는 자유로운 언론과 독립된 법원”이라면서 “뭔가 정부가 법에 위배되거나 부패했다면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야 하며 법원은 정부가 불법적 행위를 했을 때 중단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 언론과 법원이 없다면 정부는 마음대로 선거를 조작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힘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진실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진실은 비싼데 묻혀 있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증거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또한 진실은 현실이 원래 복잡하기 때문에 복잡하며 우리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허구에 대해서는 “허구는 값싸게 만들어낼 수 있고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할 수 있으며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매력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유발 하라리 교수는 언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진실은 매력적으로 보이는 허구에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인을 키우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면서 “사회가 진실이라는 드문 보석을 지키기 위해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진실은 쓰레기 정보의 바다에 묻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미디어와 관련해선 “새로운 정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 새로운 언론이 나타난다”면서 “기술은 형태에 불과하며 어떤 언론이든 갖춰야 할 것은 정보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가려낼 수 있는 체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셜미디어를 열어 두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하면 큰 실수”라면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편집은 AI가 하는데 그 알고리즘은 진실에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사용자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결국 AI나 뉴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AI나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고 우리의 심리적 사회적 욕구나 필요를 위해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보 다이어트를 통해 정보 노출을 끄는 시간을 우리 자신에게 의식적으로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AI 시대 직업의 의미에 대해 “앞으로의 노동 시장은 엄청나게 불안정할 것이며 일생 동안 기꺼이 내가 나를 지속적으로 재교육시키겠다는 유연성과 개방성만이 답이 될 것”이라면서 “정보를 읽는 지적 기술, 타인과 관계를 맺는 감정 기술, 몸을 쓰는 기술을 다 갖춰야 하며 이 중 AI에 의해 대체되기 가장 좋은 기술은 지적 기술”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펼쳐질 역사에 대해 “중요한 것은 낙관이냐, 비관이냐가 아니라 책임을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삶에 책임을 지는 태도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