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리스크 단기 재무영향 약 21조원 추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분석
‘세계 물의 날(매년 3월 22일)’을 맞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내 기업들의 물 리스크로 인한 잠재적 단기 재무 영향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물 리스크는 △물 부족 △수질 오염 △홍수와 가뭄 등 물 관련 문제로 인해 기업의 운영과 재무 안정성이 위협받는 가능성을 말한다. 세계 물의 날은 인구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수질이 오염되고 전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유엔(UN)이 매년 3월 22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정한 날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CDP 캐피탈 마켓(Capital Market)의 요청에 응답한 국내 103개 기업의 물 정보 공개 자료를 수집·분석해 물 리스크로 인한 재무적 영향과 산업별 물 스트레스 노출도를 산출했다. CDP 캐피탈 마켓은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의 투자자 프로그램 중 하나다. CDP는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의 환경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국제 비영리 기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CDP 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물 리스크로 인한 잠재적 단기 재무 영향은 총 21조9592억원에 달했다. CDP 캐피탈 마켓의 직접 요청을 받아 응답한 국내 기업 103개 중 65%는 “물 리스크가 사업 전략과 재무 계획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거나 향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재무적 물 리스크 영향이 가장 큰 산업군은 유틸리티 부문으로, 이는 전력 생산 차질과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원자재∙선택소비재∙IT 산업 역시 물 부족 및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IT 산업은 반도체 제조와 데이터센터 냉각에 막대한 물을 소비하며, 인공지능 산업 성장으로 물 소비량이 더욱 증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이 물 스트레스 지역에서 취수하는 비율도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산업별 물 스트레스 노출도는 △통신 87.5% △산업재 70.3% △IT 69.8% △에너지/유틸리티 53.7% 등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제 기준에 따르면 물 스트레스 비율이 40%를 초과할 경우 ‘높음’으로 분류되며 국내 주요 산업군 대부분이 이 기준을 크게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국내 기업 대응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물 리스크에 노출된 직접 운영 시설 수는 직전년도 대비 32% 증가(182개→241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물 리스크 대응 비용은 오히려 2024년 2조86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고 덧붙였다.
남나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선임연구원은 “물 리스크가 기업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대응 비용뿐 아니라 장기적인 물 관리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며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물 관리 전략과 국제 표준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며 △투자 및 기반 시설 개선 △물 사용량 공개 강화 △공급망 차원의 물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