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소상인 상거래 채무 3월말 마무리”
법원 “대기업 납품업체는 4~6월, 3개월 나눠 정산”
“유동화채권을 물품대금채권으로 보는 법리 검토”
“18일 감정평가법인 선정 … 부동산가치 등 평가”
홈플러스의 영세 소상인들에 대한 상거래채무가 3월 말엔 모두 마무리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10일까지 제출하기로 한 채권자목록에 이들 명단이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기업 납품업체 상거래채무는 4~6월까지 3개월에 나눠 정산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 최두호·박소영 부장판사)는 지난 4일 홈플러스의 회생신청에 대해 회생신청 당일, 회생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개시결정 및 포괄허가결정을 했다. ‘홈플러스 선제적 구조조정’으로서 영업과 관련한 상거래채권은 정상변제하며 회생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회생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재판부는 영세소상인들에게 닥칠지 모를 연쇄부도 위험을 막기 위해 회생신청을 받아줬다. 우선 상거래채무 지급을 유보해 대금지급에서 부도나지 않게 한 뒤 재무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홈플러스 회생신청의 주된 이유가 ‘회생신청 20일 이전의 상거래채무 지급유보’였다고 볼 수 있다”며 “당시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에 실패해 당장 상거래대금 3000억~40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상황이었다”고 짚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도 “3개월간 6000억~7000억원 규모의 자금 상환 요구가 들어오는데 3개월 내 부도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회생신청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채무자회생법은 회생절차 개시 신청 전 20일 이내에 채무자가 계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받은 물건에 대한 대금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한다고 정한다. 공익채권은 회생채권보다 우선변제권을 갖는다. 홈플러스가 지난 4일 회생신청을 했으니 20일 전인 2월 11일 이후에 발생한 상거래채권은 공익채권으로 선순위지만, 이전은 후순위의 회생채권으로 바뀐다. 홈플러스가 이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회생신청서에서 ‘회생개시로 회생신청일 20일 이전의 상거래채무를 당장 지급하지 않게 되면 현금보유액이 3월 1일 1300억원에서 5월말 2779억원으로 증가하는 반면, 회생이 개시되지 않으면 3월 17일 기준으로 184억원, 5월말 기준으로 7395억원 부족이 예상된다’고 신청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홈플러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회생 개시 결정문에 이를 적시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재판부는 홈플러스 사태가 영세 소상인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회생절차의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전국 126개 매장을 운영 중으로 수천 개의 납품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그는 “재판부는 3월말까지 영세소상인들의 상거래채권 모두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난 7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협력업체 상거래채권(물품 및 용역대금) 합계 4584억원의 조기변제를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홈플러스는 영세소상인들을 채권자목록에 넣지 않아도 된다. 이를 위해 재판부는 지난 18일까지였던 홈플러스의 채권자목록 제출기간을 4월 10일까지로 연장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상거래채무에 대한 해결 방향을 잡았다고 보고, 그 다음 상환전환우선주(RCPS),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 유동화채권 중심으로 한 금융부채 문제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유동화채권을 상거래채권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동화채권이 카드대금 회사 등이 채권자여서 형식상 금융부채라 할지라도 실제로는 물품대금 결제와 유사한 형태여서 상거래채권에 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공익채권 또는 회생채권 중에서도 상거래채권에 준해서 볼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홈플러스도 이날 매입채무유동화를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최종 변제 책임이 홈플러스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증권사가 발행한 ABS 투자자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향후 회생절차에서 상거래채권 신고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신용카드사의 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ABSTB 투자자들도 신용카드사 채권의 상거래채권 취급에 따른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받게 된다.
그러면서 채무자회생법 따라 회생채권자의 조 분류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입채무유동화를 상거래채권으로 전액 변제할 계획”이라며 “선의의 투자자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8일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가치 등을 평가할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했다.
홈플러스는 그간 부동산 자산 4조7000억원으로 금융부채 약 2조2000억원을 전부 변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구체적으로 일반 대출 1조3015억원, CP와 전단채 709억원, 유동화대출 4466억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909억원 등이다. 리스부채는 지난해 2월 결산 기준 3조8501억원이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4조7000억원이라는 부동산 가치는 사실 금융부채에 대한 담보력이 있다는 홈플러스의 사적 평가일 뿐이어서 공적인 감정평가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정평가법인은 업무과정에 객관성과 정확성, 공정성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법인이름은 공개하지 않으나, 평가결과는 공개한다”면서 “감정평가법인의 선정도 조사기관(회계법인) 선정과 같이 법원이 한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