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 제적·유급 현실화되나

2025-03-21 13:00:01 게재

정부-대학 최후 통첩, 학생단체 ‘소송 불사’

“학생들 보호할 것” 의협·교수단체도 가세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학생들의 휴학을 반려하고 학칙에 따른 제적 검토에 나서자, 의대생 단체가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며 복귀 거부를 공식화했다. 의대생들이 대거 유급 또는 제적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교육부가 학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으로 조정한다는 계획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0일 학생 대표 공동성명에서 “적법하게 제출한 휴학원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소송전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는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대표 모두가 이름을 올렸다.

의대협은 휴학계 반려에 대해 “교육부의 자의적 지침에 따라 총장이 담합해 결정한 비상식적인 행태”라며 “학칙과 제반 절차에서 규정하는 바를 충실히 따라서 휴학원서를 제출했으니 이제는 그만 사업자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의대협은 전날 열린 전체학생대표자총회 임시총회에서 휴학생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을 경우 소송까지 검토하기로 의결한 사실도 공개했다.

의대협은 단체는 “특정 단위, 한 단위의 특정 학년에서라도 휴학계 처리 과정에 있어서 부당한 처우를 당한다면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해 소송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면서 “정당하게 제출된 휴학 원서를 부정하고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교육부와 대학의 폭압적인 형태를 규탄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전국 40개 의대 총장이 21일까지 휴학계 반려를 완료하고 유급이나 제적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학칙대로 처리하겠다고 선언한데 따른 것이다.

각 대학에 따르면 의대 등록 시한은 △21일 고려대·연세대·경북대 △24일 건양대 △27일 서울대·이화여대·부산대 △28일 경희대·인하대·전남대·조선대·충남대·강원대·가톨릭대 △30일 을지대 △31일 아주대·충북대·한양대·단국대·차의과대·가톨릭관동대·건국대다.

이는 대학별 학사일정의 4분의1 시점이다. 이때까지 복학·등록하지 않는 학생은 대규모 제적·유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연세대는 20일 24학번들에게 ‘제적 시 재입학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앞서 교육부도 이달 말까지 의대생 전원이 복귀하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단 미복귀 시에는 학칙에 따라 엄정 처분하기로 했다.

교육부-대학과 학생 간 갈등에 의사단체와 일부 교수들도 가세하고 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20일 “(제적이) 현실이 된다면 가장 앞장서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의대생 제적은 지난해 전공의 사직과는 무게가 다른 문제”라며 “제적을 운운하는 것은 학생들을 보호하는 게 아닌 압박으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장들께 학생들이 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금 더 인내해 주시라고 요청한다. 적어도 1만명 넘는 의대생들을 제적시킨다면 과연 우리 의료의 미래가 존재할까”고 반문했다.

구체적 투쟁 방식에 대해서는 “교수 직역에서 여러 투쟁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보인다”면서 “단기 투쟁으로 시위·집회·파업·태업 모두 다 고려하고 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협은 의대생의 복귀 여부 결정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의-정 갈등) 사태의 핵심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생들에게 (복귀를) 요구하는 건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며 “(의대생들은) 스스로에게 (복귀 여부를) 묻고 답한 후 판단 해주기를 바란다. 의협은 의대생 각자의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4인이 의대생 복귀 움직임을 반대하는 이들을 저격하면서 벌어진 내분에 대해선 “아무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해도 적절한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교육부의 의대생 집단 휴학 불허 명령에 반발하며 이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0일 발표한 ‘교육부의 의대 집단 휴학 불가 알림에 대한 입장’에서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인 정상적 일반 휴학을 지지하며, 부당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단 휴학의 정의조차 명확히 내리지 못한 채 교육부가 각 대학에 공문을 발송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며 “대학에 휴학을 승인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들과 대화를 시도하던 대학 당국과 교수들은 학생들과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막막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며 “의학교육은 정부가 숨통을 끊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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